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Jan 02. 2024

설거지와 배출의 상관관계

청소 - 주방 편

네 식구 한 끼 먹는 식사 후 나오는 그릇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먹었으니 치워야 하는 건 먹었으니 싸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지만

싸는 건 각자가 하는 일이니 각자 먹은 만큼만 싸면 된다.


하지만 설거지는 각자 먹은 것을 한 사람에게 몰아 주니 한 명만 조지게 되는 격이고 그 한 명이 보통 가정 내 엄마가 되는 것이 화근이다.


설거지가 눈에 보인다면 해버려야 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그렇게 깔끔을 떨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다. 

설거지 거리의 중량을 재서 5킬로가 넘어가면 설거지 합시라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식사를 하고 난 이후는 거의 매번 설거지를 해야 한다.

한 번을 건너뛰면 그다음은 더 힘들어지는 게 집안일이기 때문이다.


핸드크림은 왜 필요 한지? 손에 물을 수시로 묻혀야 하는 주부에게 핸드크림은 사치다.

남편이 시간 날 때마다 해주는 설거지로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대신 주부 습진이 걸렸다며 생색을 내는 그를 귀엽게 봐줘야 하는 이차적 문제가 생겼다.




나는 집안 어디든 물건이 두서없이 널려있는 걸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 글을 보는 나를 아는 누군가는 분명 나의 이런 말에 의아해하거나 비웃거나 둘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난 정말로 식탁이든 홈바든 거실 장이든 위에 물건들이 놓여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극도로 싫어한다는 이 지저분한 풍경이 우리 집에서 수시로 펼쳐진다. 정리 정돈에 잼뱅이인 난 반복되는 이 스트레스받는 풍경에 대한 대처가 잘 되지 않는다.

어질러진 작은 물건들을 재각재각 치우고 정리하는 대처가 잘 되었다면 이런 하소연 담긴 글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작은 소품들을 집에 거의 두지 않는 편인데

자꾸 물건들이 발이라도 달린 듯 식탁 위로 홈바 위로 자동으로 올라와 있다.

범인 색출은 번번이 실패다. 식구들 모두 본인은 아니란다.


어느 순간 꿀통도 홈바 위에 올라와 있고 믹서기도 홈바 위에 올라 와 있다.

그건 내 짓이다. 제자리를 찾아 넣다 어느 순간 매번 쓰고 넣다 꺼내기가 귀찮아진 거다.

살림 못하는 티가 퐉퐉 난다.

그러다 꿀통 뚜껑에 먼지라도 쌓이기 시작하면 또 마음의 병이 도진 듯 스트레스를 받으니..

도대체 나도 나를 모를 지경이다.

그래도 믹서기나 꿀통은 주방에 있어야 물건들이니 그나마 낫다.

어느 날은 인공눈물, 리모컨, 필통. 볼펜들도 식탁에 올려져 있다. 식탁에 올려지는 이 근본도 없는 분류 기준 물건들 때문에 또 열이 받는다.

범인이 나일 수도 있지만 그냥 화가 나는 지경에 이른다.


이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보내 놓지만 저녁 준비 한 번에 온갖 그릇이 다 동원되니 다시 주방이 초토화되고 만다. 또 치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꽉 찬 주방도 깨끗하게 정리 정돈을 잘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는데  난 정리에는 도통 재주가 없는 건지

어질러 놓은 주방을 청소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거슬리는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그릇 4개, 국그릇 4개, 수저 4벌만 두고 살고 싶은 충동을 한 번씩 느낀다.



주방 인덕션 위 후드 청소는 사력을 다 해도 닦아도 광고처럼 말끔히 되지 않았다. 베이킹 소다와 식초를 이용해 봤지만 역시나였다.

더군다나 닦아도 닦아도 왜 기름때가 주방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 진득하니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 역시 닦아도 닦이지도 않는다.


안 쓰는 조리 도구들과 오래된 밀폐용기들을 다 버린다. 근데 막상 또 필요하다.


마치 살림이라는 수렁 속에 빠진 것 같다.

다 버리고 나니 큰 밀폐 용기가 없다. 또 사야 하는 건가
이전 03화 조준을 좀 잘 해 보란 말이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