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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집구석에서 나오자
04화
설거지와 배출의 상관관계
청소 - 주방 편
by
송주
Jan 2. 2024
네 식구 한 끼 먹는 식사 후 나오는 그릇의 양이 얼마나 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는지?
먹었으니 치워야 하는 건
먹었으니
싸야 하는 것과 같은 원리지만
싸는 건 각자가 하는 일이니 각자 먹은 만큼만 싸면 된다.
하지만 설거지는 각자 먹은 것을 한 사람에게 몰아 주니 한 명만 조지게 되는 격이고 그 한 명이 보통 가정 내 엄마가 되는 것이 화근이다.
설거지가 눈에 보인다면 해버려야 하는 성격이긴 하지만 그렇게 깔끔을 떨 만한 시간적 여유는 없다.
설거지 거리의 중량을 재서
5킬로가 넘어가면 설거지 합시라
는 규정이 있는 것도 아닌 만큼 식사를 하고 난 이후는 거의 매번 설거지를 해야 한다.
한 번을 건너뛰면 그다음은 더 힘들어지는 게 집안일이기 때문이다.
핸드크림은 왜 필요 한지? 손에 물을 수시로 묻혀야 하는 주부에게 핸드크림은 사치다.
남편이 시간 날 때마다 해주는 설거지로 조금은 숨통이 트인다. 대신 주부 습진이 걸렸다며 생색을 내는 그를 귀엽게 봐줘야 하는 이차적 문제가 생겼다.
나는 집안 어디든
물건이
두서없이 널려있는 걸 아주 싫어하는 사람이다.
이 글을 보는 나를 아는 누군가는 분명 나의 이런 말에 의아해하거나 비웃거나 둘 중 하나의 반응을 보일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난 정말로
식탁이든 홈바든 거실 장이든 위에
물건들이 놓여 있는 것을 극도로 싫어한다.
극도로 싫어한다는 이 지저분한 풍경이 우리 집에서 수시로 펼쳐진다. 정리 정돈에 잼뱅이인 난 반복되는 이 스트레스받는 풍경에 대한 대처가 잘 되지 않는다.
어질러진 작은 물건들을 재각재각 치우고 정리하는 대처가 잘 되었다면 이런 하소연 담긴 글이 나오지도 않았을 것이다.
그래서 작은 소품들을 집에 거의 두지 않는 편인데
자꾸 물건들이 발이라도 달린 듯 식탁 위로 홈바 위로
자동으로 올라와 있다.
범인 색출은 번번이 실패다. 식구들 모두 본인은 아니란다.
어느 순간 꿀통도 홈바 위에 올라와 있고 믹서기도 홈바 위에 올라 와 있다.
그건 내 짓이다. 제자리를 찾아 넣다 어느 순간 매번 쓰고 넣다 꺼내기가 귀찮아진 거다.
살림 못하는 티가 퐉퐉 난다.
그러다 꿀통 뚜껑에 먼지라도 쌓이기 시작하면 또 마음의 병이 도진 듯 스트레스를 받으니..
도대체 나도 나를 모를 지경이다.
그래도 믹서기나 꿀통은 주방에 있어야 물건들이니 그나마 낫다.
어느 날은 인공눈물, 리모컨,
필통
. 볼펜들도 식탁에 올려져 있다.
식탁에 올려지는 이 근본도 없는 분류 기준 물건들
때문에 또 열이 받는다.
범인이 나일 수도 있지만 그냥 화가 나는 지경에 이른다.
이 모든 것들을 제자리로 보내 놓지만 저녁 준비 한 번에 온갖 그릇이 다 동원되니 다시 주방이 초토화되고 만다. 또 치운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잘 시간이다.
꽉 찬 주방도 깨끗하게 정리 정돈을 잘하는 사람을 많이 보았는데 난 정리에는 도통 재주가 없는 건지
어질러 놓은 주방을 청소하는 데도 오랜 시간이 걸린다.
거슬리는 모든 것들을 과감하게 버리고 밥그릇 4개, 국그릇 4개, 수저 4벌만 두고 살고 싶은 충동을 한 번씩 느낀다.
주방 인덕션 위 후드 청소는 사력을 다 해도 닦아도 광고처럼 말끔히 되지 않았다. 베이킹 소다와 식초를 이용해 봤지만 역시나였다.
더군다나 닦아도 닦아도 왜 기름때가 주방 여기저기 덕지덕지 붙어 진득하니 사람을 불쾌하게 만드는지
모르겠다.
이 역시 닦아도 닦이지도 않는다.
안 쓰는 조리 도구들과 오래된 밀폐용기들을 다 버린다. 근데 막상 또 필요하다.
마치 살림이라는 수렁 속에 빠진 것
같다
.
다 버리고 나니 큰 밀폐 용기가 없다. 또 사야 하는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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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unch Book
차라리 집구석에서 나오자
02
똥손이 살림하면 생기는 일
03
조준을 좀 잘 해 보란 말이야
04
설거지와 배출의 상관관계
05
빨래의 습격
06
포기한 옷 정리
차라리 집구석에서 나오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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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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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 쓰며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쓰다 보면 길이 생길 것을 믿습니다. 세상 모든 개를 사랑하는 사람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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