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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an 02. 2024

조준을 좀 잘 해 보란 말이야

청소 - 화장실 편

얼마 전까지 화장실 변기 뚜껑에 이런 글귀를 써 놓았었다.


남자가 흘리지 말아야 할 것은 눈물만이 아니다.

내가 이런 글을 써서 변기 뚜껑에 붙여 놓게 될 거라고는 꿈에도 몰랐다.

남자의 몸이 되어 보지 못한 나는 정녕 그 조준이라는 것을 알고 싶다.

그것이 그리 힘든 것인가

그것이 안될 것 같으면 앉아서 해결하면 되지 않는가?

앉아서도 조준이 안 되는 건 왜인가?

신체 구조적인 이유로 각고의 노력을 기울여야만 그 조준이란 것이 가능한 것인가?

나의 미스터리는 아직 풀리지 않은 상태고

수컷 반려견까지 애견 패드에 조준을 실패하여 쉬를 질질 흘리는 사고를 쳐대니 이쯤 되면 그냥 내 팔자려니 하고 사는 편이 나은가 싶기도 하다.



락스는 화장실 청소에 필수 템이다.

독한 만큼  나쁜 것들을 다 소독시켜 줄 것 같은 락스를 물에 희석해 변기에 바르고 뿌리고 닦는다.

바닥 타일 줄눈 사이로 낀 때를 마찬가지 방법으로 처리해본다.

머리카락이 청소 솔에 자꾸 끼어 사람을 짜증 나게 만든다. 뚜껑과 몸체가 분리된 치약을 합체시키고 빗들도 제자리에 꽂는다.

처음에는 깨끗한 화장실을 만들고자 들어갔으나 이내 지쳐 대충 하고 나오게 되는 화장실 청소



다음날  뜨자마자 볼일을 보러 화장실로 들어갔다.

변기에 또 노란색 자국들이 있다.

난 남자들의 조준 능력과 신체 구조를 다시 한번 의심하게 되었다.

이 세 남자들은 마르고 닿도록 말을 하다 닿아 없어질 때쯤이면 말을 들을 심산인지..


우리 집 세 남자와 개 한 마리는 눈물도 흘리고 눈물 아닌 것도 질질 흘리며 그렇게 사람 속을 뒤집는다.


정말 훌쩍 떠나고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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