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주부 능력치를 측정해 본다면
살림 하
요리 하
육아 중(난 친구 같은 엄마가 되고자 했으나 호구 같은 엄마가 되어버렸기에 상은 안 되겠다.)
상당히 주관적인 이 주부 능력 측정치는 필자의
겸손에서 나오는 자기 비하라 생각할 수도 있지만
그건 아니다.
난 브런치 작가 심사를 단 한번 만에 통과한 것을 동네방네 떠들고 다닐 정도로 겸손과는 조금 거리가 먼 사람이다.
그러니 내 주부 능력 측정치는 경험에 기반한 사실인 셈이다.
결혼하고 한집의 가사노동자라는 업을 덤으로 얻었다.
일단 요리를 해야 했다.
요리 장인이 왔더라면 맛대가리 없는 음식에 기가 막혀 울고 갈 요리 솜씨를 뽐냈던 나의 첫 도전 요리는 카레였다.
야채와 고기 넣고 볶다가 물과 카레 가루만 넣어 휘휘 저어주면 된다는 간단한 카레는 내 손을 거쳐 바닥에 반이상이 눌어붙은 약간 탄맛 카레로 재탄생되었다. 카레는 잘 눌어붙기에 중간 불에서 계속 저어줘야 하는데 저어주는 과정이 있다는 걸 알지 못했던 맹한 초보 일꾼은 그렇게 첫 요리를 제대로 망치게 되었다.
다음 카레는 싱거운 카레, 그다음 카레는 되직한 카레.. 그렇게 다양한 카레들이 등장하며 밥상에 오르거나 빛도 보지 못하고 버려졌다.
두 번째 요리는 보통의 주부들이 눈 감고도 한다는 된장찌개이다.
찌개의 맛은 대부분 육수에서 비롯된다는데 난 이
육수 내기가 너무 힘들었다. 멸치, 다시마, 파 등을 넣고 끓이기만 하면 된다는 이 육수라는 국물은 끓이기만 했더니 아무 맛이 없었다. 국물이 반 이상 졸아들 때까지 끓여도 매한가지였다.
에라 모르겠다. 된장을 투하한다. 도대체 된장 양이 가늠이 안 된다. 일단 대충 넣고 푹 끓인다.
야채도 넣는다. 멋도 모르고 야채는 다 좋은 줄 알고 당근도 넣었다.
된장찌개에 당근이라니 지금 생각해 봐도 어이가 없다.
비주얼에서부터 폭망의 향기가 물씬 난다
맛은 말할 것도 없다. 쓰고 싱겁다.
내가 내는 육수는 늘 쓰거나 싱거웠다. 멸치 똥을 따고 끓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다 어느 날 코인 육수가 시중에 나왔다. 그 뒤로 난 된장찌개를 조금은 알게 되었다.
MSG 없이는 안 되는 인생인가 보다.
남편 반응이 어땠냐고?
그 당시 남편은 나보다 더한 가사노동 최하위 능력치를 보유한 사람이고 이 보다 더 했던 사실은 가사 노동을 할 마음조차도 없는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장점은 있었다.
그때도 지금도 그는 내가 해주는 음식이 맛이 없더라도 그냥 잘 먹는 편이다. 먹어 준다고 해야 하는 편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집에서 그의 역할은 잔반처리 담당이다.
음식 타박이라도 하지 않으니 그냥 살지
아니었음 이곳에 이혼 얘기를 쓰고 있었을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