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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송주 Jan 02. 2024

차라리 집구석에서 나오자

꿈만 꾸는 집 탈출

난 아들 둘에 반려견 한 마리, 남자 사람인 남편 이렇게 3명의 남자와 반려견 한 마리까지도 수컷을  키우고 있는 40대 여자다.

직업은 주부와 프리랜서 영어강사

투잡러이지만 전자는 무보수다. 주부가 된 지 6개월 정도까진 내가 가사에 제공하는 노동력을 저임금도 아닌 무임금의 열정페이거니 생각하면 쓸고 , 닦기를 반복했을지도 모른다.

그 후로 깨달은 것은 주부의 생활이 나와 전혀 맞지 않다는 것이었다.


원래 내 꿈은 교사였다.

수능을 제대로 망치고 눈물, 콧물 흘리던 나는 집 근처 지방 4년제 대학교에 입학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지원한 여러 학교 교육학과에 모조리 낙방했기 때문이다.

그때까지만 해도 꼭 재수를 하겠노라 다짐했었는데 환상적인 대학 생활에 뿅 간 나머지

아쉬웠던 수능점수와 재수는 전생의 이야기가 되어버렸다.

막상 대학에 입학해 보니 수능 망쳐 들어온 애들이 한둘이 아니더라. 지금 생각해 보니 그때의 내 실력이  거기까지였던 모양이다.


원 없이 즐기던 대학 시절을 인생의 황금 기였는다고 감히 말하고 싶지만

지금 내가 20살 과거로 돌아간다면 진심으로 내 머리채를 잡고 바닥으로 패대기라도 치고 싶다. "정신 차리라고 이년아 " 하며 말이다


그래도 남는 게 없는 대학 시절은 아니었다.

평생을 팔아먹고 살 추억이란 게 남았고

지금의 남편이 남았다.


졸업할 때가 되니 슬슬 걱정이 되었다.

장학금을 받을 만큼 열심히 공부했다.

교수님 눈에 뜨이려고 노력도 많이 했다.

아니면 내 졸업 자체가 위태로웠기에 이를 악물었던 것 같다. 그때는 똥줄이 타야 행동하는 인간이었나 보다. 다행히 지금은 반대다.


졸업 시즌... 먼저 취업한 친구들이 모두 금융권에 입사하게 되었다. 나도 친구 따라 강남이 가고 싶어 여기저기 신입 직원들을 모집하는 은행 들에 원서를 넣어 봤지만 전패를 맛봤다.

돈 만지는 직업이 돈을 많이 번다기에 도전한 것도 있지만 깔끔하고 정갈한 유니폼을 입고 싶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쓰라린 좌절을 맛보고 눈을 돌린 곳이 사교육 쪽이었다.

돈은 벌어야겠기에 취업 문이 상대적으로 낮은 사교육 쪽으로 방향키를 돌렸다.



사주에 식신이 많아 말로 먹고살아야 한다더니 가르치는 일은 적성에 잘 맞았고 그 후로 내 직업은 줄곧 강사였다. 

하지만 적성에 잘 맞는 일도 생계가 되면 시도 때도 없이 관두고 싶어 진다. 취미로 일을 하는 상상을 하면서 말이다.



그리고 난 20대 후반 결혼과 동시에 주부라는 직업도 같이 얻게 되었다.

그런데 살림도 요리도 하물며 육아까지 힘들기만 한데 돈도 벌어야 했던 난 그렇게 현실에 치이다 한 번씩 집 탈출을 꿈꾸게 되었다.


정확히 말하자면 꿈만 꾸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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