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주 Jan 02. 2024

다 같이 밥 먹는 사이 - 식구

대단한 식탐쟁이

크림이가 이렇게 바구니 속에 갇힌 이유는 사람을 너무 곤란하게 했기 때문이다.


크림이가 사람을 곤란하게 하는 원인은 단 하나 음식 때문이다.

내 옆에서 누워 곤히 잠을 자고 있던 크림이는

남편의 냉장고 문 여는 소리에 번쩍 눈을 뜨고 머리를 든다.

그러다 다시 잠이 드나 싶었는데 탁탁탁 발자국 소리를 내며 사라졌다.

크림이가 도착 한 곳은 바로 남편 옆이었다.

남편의 손에는 빵빠레 아이스크림이 들려 있었다.

크림이 눈은 반짝거렸고 갈망했다. 아이스크림을


동물병원 의사 선생님은

각종 첨가물 때문에 강아지에게 간식을 주지 말 것을 당부하셨다.

당연히 사람 먹는 건 절대로 줄 수 없다. 더군다나 설탕이 잔뜩 들어간 아이스크림은 이번 생에 크림이가 맛보지 못할 음식 중 하나 일뿐이다.

크림이가 맛보지 못할 음식은 비단 아이스크림뿐만이 아니다. 반려견이 먹지 말아야 할 음식들은 참 많다.

마늘, 양파, 포도, 초콜릿 등 많은 음식들을 반려견은 먹을 수 없을뿐더러 사람이 먹는 대부분의 음식도 먹여서는 안 된다.

결국 크림이가 먹을 수 있는 음식은 사료, 삶은 야채 정도이다.


하지만 간식을 안 주고 버티기는 힘든 상황이 많아도 너무 많다.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옛날 짱가라는 만화 주제곡 가사 중 일부)

어디선가 누군가가 먹는 일이 생기면 ~

바로 알아채고 크림이가 출동 한 후 자리를 잡고 앉는다. 다소곳한 자세와 간절한 눈빛으로 뭔가를 줄 때까지 부동자세로 기다린다. 다리가 바닥에서 부채꼴 모양으로 밀리면 다시 자세를 고쳐 앉는다.

이때쯤 되면 반려견 교육이고 뭐고 다 물 건너가고 결국 간식을 주게 된다.


주세요 제발~

그날도 신랑 옆에서 갈망의 눈깔을 사정없이 쏘아대던 크림이는 결국 미끼로 내놓은 양치 껌 하나에 홀려 방문 밖으로 나오게 되었고 꿩대신 닭을 얻은 크림이는 양치껌을 만족스럽게 맛봤다.


놓치지 않을 꺼에요

식구들 눈을 피해 의자 위로 올라가 식탁을 염탐하다 걸리는 일도 다반사였다. 크림이 때문에 우리 가족은 식탁 의자를 모두 밀어 넣고 외출을 하게 되었다.

가족들의 식사에도 역시나 부담스러운 눈빛을 쏟아 대는 크림이를 위해 나는 간식 대신 몸에 좋은 사료를 준비해 두었고


결국 우리는 그렇게 다 같이 밥을 먹는 진정한 식구가 되었다.

헤헤^^ 죄송해요


매거진의 이전글 상상과 현실은 다르지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