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잃어버린 세계를 찾아서]
동심을 사로잡는 개성있는 그림체
한달에 한번씩은 보게 되는 어린이 애니메이션이지만 이번엔 좀 달랐다. 얼마전 <소피와 드래곤; 마법책의 비밀>을 본 직후라 더욱 값어치가 있게 느껴진 걸까? 헬로카봇부터 해서 뽀로로 극장판 모두 상품성이 뛰어난 고퀄리티 국산 애니메이션으로 우리 아이들의 관심을 끈 반면 내가 좋아하는 배우인 휴잭맨이 주연 라이오넬의 목소리 출연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 아빠가 더 보고싶어진 애니매이션이었다. (사실 더빙판으로 보아야 하는 관계로 휴잭맨의 목소리를 들을 순 없었다)
배경은 19세기 정도로 추정되는 영국이다. 이곳에서 탐험가 라이오넬이 스코틀랜드 네스호의 괴물을 취재하면서 시작한다. 이어 전설의 설인 예티 (yeti, 극 중 이름으로 링크)를 만나게 되면서 세계로 떠나는 모험이 시작된다. 비록 좁은 스크린 속이지만 같이 19세기로 돌아가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었다. 게다가 등장인물 사이의 대화를 통해 감독이 드러내고자하는 주제의식도 선명하게 전달하고 있다. 여성해방, 노예 문제, 진화론, 클럽에 들기 위한 명예심, 보수와 진보 등 인간 사회에 두루 퍼져있는 묘한 문제들을 살짝씩 건드리고 지나간다. 단순 선악구도를 넘어서 장단점을 모두 가진 하나의 인간으로서 등장인물들이 조명된다는 것도 이 영화가 단순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을 넘어섰다는 증거이다.
한 때 실제 존재여부를 따져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일화들을 영화 소재로 넣었다는 것 자체가 참신하다. 아직 국산 대부분 영화들은 상업성에 치중한 나머지 조폭물 혹은 단순 로맨스를 벗어나기 힘든 경우가 많아 진부하다. 국산 영화들도 조금더 시야를 넓혀서 국내 묻혀 있는 전설속의 소재들이나 일화들을 적극 활용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시선을 끈 것은 무엇보다도 그림체이다. 작가의 독특한 개성이 묻어나는 인물 묘사와 특징있는 색감이 시선을 사로 잡았다. 비록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후반부로 갈수록 미세한 끊김현상이 눈에 띄었으나 전반적인 구도 및 인물묘사가 탁월하여 제작진의 고충이 충분히 이해되었다. 게다가 스코틀랜드 파이프 악기의 등장과 주인공의 소품까지 하나하나 신경쓴 모습이 역력하다. 주인공 라이오넬의 얼굴과 몸짓 역시 휴잭맨의 모습과 비슷하게 스크린에 옮겨 놓았다는 생각이 든다. 1200억원의 제작비와 5년간의 제작년도가 증명해 보이듯 엔딩 크레딧까지 디테일이 살아 숨쉬고 있다. 덕분에 첫딸은 마지막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극의 이해를 돕기 위해 네스호의 괴물 사진과 예티 사진을 첨부한다. 아이보다는 어른을 위한 영화였긴 했으나 값어치는 충분히 있는 관람이었다. 후속작이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