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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숙함 속 흔들림 Aug 31. 2021

여행자의 마음으로

클친에게

긴여행에서 돌아와서는 사무실 있는 동네에서나 집 근처에서 수국을 발견했어요. 일상이 여행이 되는 경험이 아직 제겐 요 한 가지에요 - 여행자의 눈으로, 못 보던 것을 보게 되는 것.


일상에서는 혹은 현세에서는 적어도 하나 이상의 공간에서 저는 '주인'입니다. 반면 여행에서 저는 ''이에요. 객은 책임으로부터 자유로와요. 주인은 결국 자기 공간으로 돌아와야 하죠.


여행자의 마음은 간사합니다. 부여의 궁남지가 좋았지만 지금 가 보면 어떨지 모르겠어요. 제주가 참 좋았지만 딴 데 또 좋은 곳이 있어요. 좋은 곳을 가면 제주가 좋았던 것을 좀 잊어요.


사람 사는 동네가 좋았다가 싫었다가.. 산이 좋았다가 바다가 좋았다가.. 그렇게 파도가 일듯 제 안에 들었다 나가는 것들에 제 몸을 맡깁니다. 별 약속이나 책임 없이 가볍게 하늘하늘..


그런 생각 여전히 들거든요. OO님이 클하에 안 들어오시게 된다면?.. OO님의 이름조차 'OO'는 아닐 수도 있고.. 그냥 게하에서 얘기 나눴던 누군가처럼 가끔 떠올리게 되는 건가?


여행 전보다는 훨씬 덜 두려워요. 여행자의 마음으로 받아들일 수 있을 듯.. 언제가 되든 그 시점까지의 교류만으로도 내내 흐뭇할 수 있으리라 믿으며 귀하게 가볍게 교류를 이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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