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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숙함 속 흔들림 Apr 06. 2019

TERRIFFIC

JON AGEE의 "TERRIFFIC"을 보고 (스포일러 주의)

Jon Agee라는 그림책 작가의 "TERRIFFIC"이란 작품을 도서관에서 만났다.


우리는 이 곳이 무인도인 줄도 모르고, 딴 데서 무인도로 밀려온 것인 줄도 모르고, 식수를 해결하고, 끼니를 때우고, 밤을 대비하고, 조금씩 섬을 둘러보다가, 하루, 이틀, 3년, 4년, 30년, 40년, 섬을 둘러보다가 운이 좋으면...


아주 낮은 확률로 섬을 벗어나야겠다는 생각, 섬을 벗어날 수도 있겠다는 생각에 이른다. 가끔 지나가는 비행기 소리를 듣고, 멀리 수평선에 걸친 깜빡깜빡 불빛을 보고, 혹은 어디선가 떠밀려온 사람 흔적을 보며 조금씩 쌓아온 기대와 불안과 의심과 찝찝함과 흥분이 "우리 안의 앵무새", Lenny [레니]를 불러낸다.



레니는 무인도를 벗어날 계획을 갖고 있다. 우리가 처음부터 갖고 온 것들과 섬 곳곳에서 봐 두었던 것들만으로 만들 수 있는 배 설계도를 그려낸다.  


...


요즘 다른 사람 이력서를 볼 일이 많다. 스스로의 이력도 돌아본다. 그래, 링크드인에 적어둔 것들... 이것들이 '나의 무인도'의 면면이다. 하지만, 쪽팔리지 않기 위해, 칭찬받기 위해, 월급을 더 많이 받기 위해, 그때 마침 눈 앞에 몇 가지 선택지가 나타났는데 걔 중 그저 충분히 안전해 보였기 때문에 골라서 해 온 일들이 과연 나를 이야기해 주는 것일까? 무인도에서만이라면 그럴지 모른다. 그러니까 무인도를 벗어난다는 생각에 영영 닿지 못한다면 그럴지 모른다.


처음부터 갖고 온 것들과 섬 곳곳에서 나는 것들 가운데 어떤 것만 어떻게 엮고 활용할지 앵무새 레니의 계획에 따라 배를 만들고, 처음 갖고 온 것 가운데 무엇을 벗어놓고 무엇을 챙겨갈지 섬에서 나는 것 가운데는 무엇을 담아갈지 알아서 정하는 그 날을 그려본다. '나의 일을 찾은 날' 말이다. 그 날에야 우리는 비로소 저마다의 일을 하고 있을 것이다. '일'이야말로 '나'를 가장 잘 이야기해 줄 것이고, 일이 곧 우리 자신일 것이다.


"그래서 다가오는 일의 종말은 일이 인간에게 무엇을 의미하는가에 대한 가장 기본적인 질문을 불러일으킨다. 우선, 만약 일자리(일하는 시간)가 우리가 잠자지 않은 시간 대부분과 우리의 창의적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우리는 어떤 삶의 목표를 선택할까? 명확한 그러나 아직은 알지 못하는 어떤 가능성이 나타날까? (후략)" - James LivingstonNO MORE WORK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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