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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익숙함 속 흔들림 Oct 17. 2021

'소셜댄스'라는 보험을 들고 있습니다

소셜댄스라는 '사회 안전망'

우선 MBTI로 하면 난 '가장 인간같은 로봇'이라는 'INTP'다. (자매품..은 아니고 그에 상응하는, 아니 INTP한테는 위로가 되는 INTJ가 있다. INTJ는 '가장 로봇같은 인간'이라더라.) 당연 내성적이고, 직접 떠드는 거야 물론이고 떠들썩한 장소에 있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소모된다. 그리고 몸 센스가 없다. 달리기 같은 기초적인 운동 능력은 나쁘지 않은데, 공으로 하는 운동이라면 시간 투자 대비 실력이 붙는 속도가 남들보다 한참 못하다. 가성비가 낮다. 


낯도 많이 가리고 소질도 없지만 소셜댄스는 내게 노후을 위한 보험이다. 중국이나 남미처럼 공원이나 길거리에서 춤추는 사람들이 쉬이 보이지는 않지만 우리도 땐스 인구가 많다. 스윙 인구는 세계 어느 나라보다 많다고 들었고 캬바레나 콜라텍에서 추는 사교댄스 인구는 스윙이나 라틴댄스 인구보다 훨씬 많다. 전국 광역시들이야 말할 것도 없고 동으로는 원주까지, 남으로는 제주만 해도 라틴바가 두 곳이 있단다. 강릉/양양에는 라틴댄스 모임이 없지만 사교댄스장은 충분히 많다.


'소셜' 모임의 입장료는 서울/경기는 1만원, 지방 도시는 그보다 낮은 수준인 듯 한데 그렇게 들어가서 3시간도 추고 나온다. 콜라텍도 한번 가 보고 싶은데 아직 기회가 없다. 스포츠댄스는 대회 나가고 하면 복장도 좀 갖춰야 하지만 스윙이나 라틴댄스라면 일상복으로 충분하다. 댄스화 말고는 아무 장비도 필요 없다. 몸만 움직이면 되니 걸어서나 대중교통으로도 가볍게 다닐 수 있다. 사람이 적어서 춤판이 아예 벌어지지 않는 작은 도시만 아니라면 쉽게 향유할 수 있다는 얘기다.


노후를 걱정하며 맨 처음 찾은 곳은 동네 도서관이었다. 돈은 한 푼도 안 들이면서 몇 시간, 며칠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었다. 노후 보험 1호랄까? 관심 갖고 게시판을 보니 책 읽는 모임, 시 낭독 모임, 글 쓰는 모임, 인문학 공부 모임 등 모임도 많았다. 이런 환경도 내겐 보험이다. 여기에 소셜댄스를 더하면 이중삼중의 보험이다. 춤은 몸을 쓰는 것이라 앞의 것들과 다르다. 다른 교류의 기회도 있지만 춤은 책을 읽고 글을 쓰고 나서 교류하는 게 아니라 춤추는 순간이 바로 타인과의 교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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