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은 다수
오늘 만날 모든 이들, 만나든 만나지 않든 영향을 주고 또 받는 모든 이들, 그야말로 모든 사람들의 대부분은 여태 살아왔고 생사의 고비에 처해있지는 않다. 특히 머지않아 스스로 생을 마감할 이는 극히 소수다.
달리 말해 우리 중 99%는 '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좋다'고 '삶을 이어감'의 관성에 경도되어 있다. '죽기 싫음' 내지는 '그렇다고 스스로 생을 마감할 OO는 없음'이라는 공통적인 특질을 가진 그룹이 여기 우리다.
이 그룹에 오랜 전통을 이어오거나 수월하게 전파되는 사상과 정서는 그래서 '삶을 긍정'하는 것이다. 그 반대편의 사상과 정서는 마치 일순간 모든 것을 태워없애버리는 불마냥 더 커지고 퍼질 틈조차 없었을 테니까.
'자연선택'된 문화와 철학만 남아있는 속에 진정한 지혜와 진리가 있을까 싶다. 그리고 그 긍정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것이 곧 죽음과 공허에 대한 두려움과 불안이다. 굉장히 많은 것들 아래 사실은 이 불안이 깔려있다.
인생이 즐거워야 할 이유는 '본인을 떠나서는' 없고, 개인의 행복을 보장하는 신의 설계는 존재하지 않으며, 누군가는 세상에 온 의미도, 연명할 당위도 모를 수 있다. 어느 쪽이 다수인지 다툴 것 없이 다 받아 안아본다.
"한 가지 진실을 알려드릴게요. 당신만 버림 받은 것은 결코 아니에요! 아니, 버리고 말고할 '주체'부터가 사실 없어요. 당신의 고통은 당신의 고통이지만 다행히 당신 그룹의 사람들은 당신의 고통에 공명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