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소금 Jul 18. 2016

첫 키스. 2007년 봄

우리 사귀는 거야?

2007년 봄. 나는 후추와 꽤 오랜 시간 연애 감정을 가지고 연락을 해왔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3월 14일 화이트데이 쯤에는 고백을 하겠거니 생각했었다.


사탕과 꽃다발을 받고 우리가 시작하게 될 모습을 상상했었는데, 후추는 그 고백하기 좋은 날 마저도 감감무소식이었다.



그리고 학교 행사로 술을 진탕 마신 3월 16일. 나는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 용기 내 전화를 걸었다.


다짜고짜 사귀자. 말할 순 없어 말을 뱅뱅 돌렸다.


"어디야 집엔 잘 들어가고 있어?"

"응 나 거의 다 와가."

"오늘 술 많이 마셨지?"

"응 조금 마셨지 너도 많이 마셨지?"



그러다 정말 큰 결심을 했다.


"응 나 근데 궁금한 게 있는데"

"응! 뭐? 말해!"

"너 나 좋아하지?"


술기운에 정말 어처구니 없는 질문을 해버렸다. 나를 좋아하냐니.. 다짜고짜 전화해서 나를 좋아하냐니. 화이트데이도 그냥 지나간 애한테...



후추는 잠깐 생각하더니 아주 수줍은 목소리로


"응.."


하고 대답을 했다. 이런 걸 고백이라고 해야 하는 걸까? 아니. 이건 자백이다. 나는 그렇게 후추의 자백을 받아냈다.



후추도 나를 좋아한다는 걸 확인한 다음부터 후추를 더 자주 만났다. 둘이서 교내를 걸으면서 데이트를 하기도 하고, 학교 앞 식당에서 밥도 먹고 사귀는 사이는 아니지만 서로 좋아하는 걸 확인한 사이까지는 발전을 한 것이다.




그렇게 미지근한 관계가 유지되던 어느 날, 또 술을 부어라 마셔라 먹고 둘이 학교 안에 계단에서 술을 깰겸 앉아있었다.



시간이 늦었고, 사람이 없었고 우리는 취해있었다.

눈이 마주치고 내가 나서서 입을 갖다 댔다.


후추는 떨리는 입술을 움직이지도 못하고 가만히 있지도 못하고 얼음이 된 상태로 내 앞에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첫키스를 했다.



그리고 사귀자는 이야기도 없이, 좋아한다는 고백도 없이 우리의 연애는 시작됐다.

작가의 이전글 언제나 처럼 그 자리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