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두 번 자가 격리 앱으로 발열 체크를 해서 올리는데 한 번이라도 깜빡하면 전담 공무원에게 전화가 온다. 다행히 우리는 음성 판정을 받고 편안한 마음으로 격리를 시작했다. 달력에 가위표를 하며 집 밖으로 나갈 날 만을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격리하면서 의외의 복병은 시차였다.
아이가 있어서 늦어도 12시에는 자려고 했지만 번번이 실패하였다. 한국의 밤 열두 시는 아랍의 저녁 일곱 시인데 평소 저녁밥 먹는 시간에 잠을 자려고 하니 도저히 잠이 오질 않는 것이다. 결국 밤낮이 바뀐 생활을 하게 되면서 혹시라도 아랫집에 피해가 될까 봐 발 뒤꿈치를 들고 종종걸음으로 새벽을 지새워야 했다.
격리를 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재미난 일은 물건을 주문하는 일이었다. 친정 부모님이 생필품을 어느 정도 준비해 놓으셨지만 계속해서 필요한 것이 생겨났다. 아랍에서 들고 올 수 없었던 그릇 종류, 소스류, 과일과 채소 그리고 고양이 용품 등이었다. 동생이 필요한 게 있으면 쿠팡이 제일 빠르다면서 쿠팡 앱을 추천해주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핸드폰에 앱을 깔고 주문을 했다. 고양이 사료였다.
동생이 알려준 대로 로켓 배송으로 주문을 하자 마법 같은 일이 벌어졌다. 다음날 아침 현관문 앞에 주문한 사료가 놓여 있는 것이다! 하루 만에? 아니 하루도 안됐는데? 이렇게 빨리 온다고?
나는 내 눈을 의심했다. 그럼 새벽에 택배를 가져다 놓는단 말인가? 세상에 이런 일이 있다니!
아랍에서 배송을 아무리 빨리 해줘도 이틀이었다. 이틀 만에 물건이 오는 것도 나는 기적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한국은 차원이 달랐다. 저녁에 주문한 물건이 아침에 오는 경우는 세상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나는 마치 원시시대에서 날아온 것 같았다.
'여기 사람들은 이 편리함을 진작부터 누리고 살았다니...' 왠지 억울한 마음까지 들었다.
그때부터였다. 쿠팡 홀릭이 된 것이. 나는 모든 것을 쿠팡으로 주문했다. 한국에 갓 도착한 내게는 필요한 물건이 많았고 격리자라 밖에 나갈 수도 없었다. 시간도 많았다. 하루를 쿠팡으로 시작해 쿠팡으로 끝냈다. 아침이 되면 현관문 앞에 택배 상자들이 쌓여있었다. 택배와 함께 하다 보니 어느덧 2주가 쏜살같이 지나갔다. 달력에 표시한 가위표도 마지막이었다.
"엄마, 이제 우리 자유야?" 아들은 얼굴을 반짝이며 내게 물었다.
"그래~ 이제 우리도 한국에서 사는 거야. 밖에 나가자. 드디어 격리 끝났어!"
우리는 자가 격리 앱을 지우고 마스크를 쓰고 쿠팡에서 산 두터운 외투를 입고서 집 밖을 나섰다. 아직 가을에 미련이 남은 듯한 겨울이 환하게 우리를 반기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