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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May 26. 2016

스웨덴 닭트볼

스웨덴 가정식 미트볼의 재해석, 나는 닭트볼을 먹는다!

 제가 처음 IKEA를 가봤던 게 2009년 캐나다에서였던 것 같아요. 처음 가보고는 '완전 신세계다!'라고 외쳤더니, 스웨덴 친구가 저를 무슨 외계인 보듯 했던 기억이 새록새록 나요. 다른 친구들과는 다르게 저희는 싸우면서 친하게 지내게 된 케이스였답니다. 


 Linzy라는 이름을 가진 이 스웨덴 친구는 대학에서 만난 친구인데, 과제를 할 때마다 교묘하게 별 일을 안 하고 빠져나가는 게 눈에 자꾸 들어오더라고요. 캐나다는 절대평가기 때문에 상대방의 성적이 내 성적에 영향을 미치진 않지만, 뭔가 얄밉잖아요. 문제는 제 생일 다음날 발생했답니다. 저와 마주친 이 친구가 "어제가 생일이었다며? 몇 살 된 거야?"라고 물어보는 대답에 "21살"이라고 답해줬죠. 생일 축하했어!라는 대답이 돌아올 줄 알았던 제 예상과는 다르게 "너, 되게 늙었다."라는 충격적이고 어이없는 대답을 듣게 되었죠... 평소에 눈엣가시처럼 보여서 그랬던 건지, 다른 친구들이 말했으면 웃기시네~ 라면서 장난으로 넘어갈 이야기가 콕콕 박혀서 들리더라고요. 만만치 않은 성격이었던 저도 지지 않고 "넌 19살이면서 나보다 더 늙어 보여. 다른 애들한테 물어봐봐."라고 말해주었죠. 그렇게 한판 크게 벌려 싸움을 하고, 다음 실습과목에서 2인 1조 짝으로 다시 만나 울며 겨자 먹기로 화해를 하였답니다. 그 이후로 이상하게 붙어 다니게 되더라고요. 아이들은 싸우면서 크고, 친해진다는 말이 이래서 나왔나 봐요~


 여하튼! 집을 이사하면서 가구들을 사야 돼서 Linzy와 함께 IKEA에 가서 주문을 하고 스웨디쉬 미트볼을 먹었는데, 미트볼에 그레이비도 잘 어울리지만 Lingonberry jam이랑 같이 먹어보라고 하더라고요. 그런데 오, 이건 뭐야?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너무 맛있더라고요! 


 사실 이 린건베리는 스웨덴 음식의 대표적인 식재료 중에 하나랍니다. 북유럽에서만 나는 베리 종류인데요. 스웨덴에서는 소시지, 감자 가리지 않고 린건베리잼과 함께 먹는다고 해요. 한국에서는 구하기 힘들 것 같은데, 한국 IKEA에서는 아마 드셔 보실 수도 있으실 듯해요~  



스웨덴 가정식 미트볼의 재해석, 나는 닭트볼을 먹는다!


 미트볼은 원래 돼지고기와 소고기를 섞어서 만들지만, 오늘 만드는 닭트볼은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닭가슴살로 만들어 보려고 해요. 미트볼이라고 하면 단연 치대야 식감과 쫀득함이 배가 되는 거 아시죠? 미트볼 크기는 아이들의 입에 한입에 들어갈 정도로 만들면 너무 손이 많이 가니까, 저희는 사람들이 먹는 크기로 만들어서 먹을 때 조금씩 떼어서 먹였어요~ 



 미트볼만 올리면 허전하니까! 오늘은 연근칩으로 가니쉬를 만들려고 해요. 연근은 아이들의 면역력을 키워줄 뿐만 아니라, 무기질, 비타민C, 칼륨, 철분, 타닌이 풍부한 식재료랍니다! 



 연근은 물에 깨끗이 씻은 뒤에 껍질을 제거해주세요. 이번 요리에서는 연근을 삶지 않지만, 연근을 삶게 되면 끈적하게 늘어지는 실타래가 보이잖아요? 이 뮤신은 단백질 소화를 촉진시켜주고, 위벽 보호, 콜레스테롤 저하와 해독작용을 한답니다. 다져놓은 닭가슴살을 아무 양념 없이 연근 사이사이에 콕콕 넣어주실 거예요.



 그리고 남은 닭가슴살과 다져진 야채, 계란, 쌀가루를 잘 섞어서 반죽을 만들어주세요. 반죽은 너무 질척이게 하지 않고 모양이 잡힐 정도가 좋아요. 집에서 함박스테이크를 만들 때 질감을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170도의 오븐에서 연근과 닭트볼을 구워줍니다.



 오븐에서 구워진 연근은 바삭하진 않아요~ 살짝 식감 있게 아삭! 하고 소리가 나요. 바삭하게 말리고 싶으시다면 식품건조기로 말리셔도 무방하시답니다! 그리고, 이 연근칩은 만들어놓고 제가 거의 다 집어먹었어요. 간을 안 했는데도 맛있어요~



닭트볼도 노릇노릇하게 구워졌지요? 야채가 콕콕 박혀있어서 더 예쁜 것 같아요.



그리고, 린건베리잼 대신에 아이들이 좋아하는 고구마 퓌레를 곁들여 보려고 해요~ 고구마는 삶아서 갈아주시면 된답니다. 저는 샐러리 약간을 넣고 함께 갈아줬어요.



연근을 올린 후에 파슬리를 휘리리리릭~



 레스토랑에서 먹는 것만큼 너무 예쁘지 않나요? 접시가 검은색이었으면 더 색이 예쁘게 나왔을 것 같은데! 왜 저는 저 접시를 골랐던 걸까요? 연근칩이 꼭 아이들 발바닥 모양 같지 않나요? 




 뭔가 하고 한참 쳐다보다가 연근칩에서 닭가슴살을 쏙 빼서 주었더니 바로 달려 나왔어요. 그리고는 깨물 깨물 맛있게 먹어주고 있어요. 저도 연근은 이번에 처음 줘봤는데 얼마나 맛있게 씹어먹었는지 몰라요. 다행히 연근칩이 까다로운 모찌의 입맛을 화악 사로잡았나 봐요. 연근칩뿐만 아니라 닭트볼도 맛있게 먹어주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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