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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서연 Apr 18. 2016

후쿠오카, 단돈 500엔 나가하마야

長浜屋, 혼자서도 즐기는 푸짐한 나가하마야 돈코츠라멘

 

 기억에 남는 라멘집을 말해보려고 한다. 일본 라멘을 처음 접했던 건 역시 캐나다에서였다. 많은 음식을 접했던 곳이 캐나다이다 보니, 음식 이야기를 할 때 캐나다 이야기는 빠질 수 없는 듯하다. 토론토에도 일본인이 하는 라멘집이 굉장히 많은데, 그중에서 내가 가장 자주 가던 곳은 Santoka Ramen이었다. 어느 곳과 마찬가지로 돈코츠, 소유, 시오, 미소 라멘이 있었고 세트메뉴로 덮밥까지 즐길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는 시오라멘을 가장 좋아했지만! 또 한 곳은 뉴욕에 Totto이다. 뉴욕타임스에서 나왔던 Totto라는 라멘집의 스파이시 라멘은 맛을 말하고 싶지 않고, 돈코츠라멘은 굉장히 우리가 한국에서 맛보는 돈코츠 맛보다 훨씬 더 리치한 맛을 가지고 있고, 생마늘이 잔뜩 올라가 있어 거부감이 느껴질 수도 있다. 그들의 기준과 내 기준이 다르긴 하겠지만, 이 라멘을 먹기 위해서 2시간을 기다린다? 타임스에서 소개한 식당이니 믿을 수 있겠지. 라는건 맛집 프로그램을 보고 식당을 찾는 것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모험이지만 내가 가고 싶었던 곳을 갔었다면 이것보다 덜 허무했겠지.라는 생각이 들게 한 곳이다. 


  일본 여행을 그나마 제대로 다녀온 건 이번 여행이 아닌가 싶다. 덴마크 여행을 갈 때 저녁 7시에 나리타에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일찍 비행기를 다시 탔을 때 말고는 시내를 돌아다녀 본 기억이 없다. 지금 생각해보면 미리미리 다녀볼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한국에 귀국을 했을 때는 이미 방사능 사태가 일어난 후였고, 그런 것 까지 감수하면서 여행을 가고 싶은 생각은 들지 않았기 때문이다. 여행 계획의 시작은 베트남이었다. 자연경관 보다는 음식에 관심이 있는 우리는 당시, 가봐야 할 식당 리스트를 쭈욱 써갔었는데, 남편이 하롱베이를 가고 싶다고 마음을 바꾼 것이다. 하롱베이를 가려면 하루 스케줄을 통째로 날려야 했고, 그 대가로 얻어낸 것이 일본 여행이었다. 그리고 온 후쿠오카에서 생각보다 더 만족감을 느꼈고, 다시 한번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나가하마야



 하늘도 참 짖궂지. 우리가 여행가는 곳마다 어쩜 그렇게 비가 오는지. 후쿠오카 첫날에도 추적추적 비가 내리기 시작했고, 숙소와 가장 가깝게 있었던 나카하마야로 캐리어를 끌고 한끼 식사를 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長浜家(나가하마케)는 長浜屋(나가하마야)에서 일을 하시던 분이 독립해 차린 곳이다. 이 골목에 재미있는 건, 浜家(나가하마케)와 浜屋(나가하마야)가 바로 골목을 돌면 위치해 있는데, 이렇게 가까이에 가게를 차려도 괜찮은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국에서는 그런일을 전혀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長浜家(나가하마케)가 長浜屋(나가하마야) 보다 가격이 약간 저렴한 편인데, 맛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그래도 기왕 맛을 보러 온거, 원조 가게에 가보자! 라는 생각으로 長浜屋(나가하마야)로 향했다. 새벽 4시에 열어서 25시 45분까지! 연장근무를 하는 곳이니 언제 들려도 좋을 듯 하다. 가격도 저렴해서 그런지 식사 시간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들어온다. 라멘집의 특징은 손님들이 후루룩 먹고 후루룩 나간다는점? 덕분에 사람이 많아도 그리 오래 기다릴 필요가 없다. 



 특별한 점이라면 특별한 발권기. 가게 밖에 있는 발권기에서 표를 뽑으면 되는데, 잘 보시면 알겠지만 메뉴는 단 1개! 라멘 500엔에 면추가 100엔, 고기추가 100엔, 나머지는 술 종류이다. 500엔이라면 정말 만족스러운 가격이니 넉넉한 양을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추가를 해도 부담스러운 가격이 아니다. 많은 라멘집에 가더라도 단일 메뉴를 찾아보긴 힘든데, 그래서 더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그만큼 제대로 된 맛을 보여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 



 내부는 젊은 사람들이 좋아하는 아담하고 화려한 인테리어는 아니다. 오히려, 아저씨들이 많이 오는 동네 식당 같은 분위기랄까? 남편과 나는 화려한 레스토랑보다는 이런 곳을 더 좋아하기 때문에 오히려 더 신나 있었다. 주전자에는 차가 들어있는데 찻잎이 계속 우러나서 떫은맛이 심했다. 



 주위 손님들의 후르륵 라멘을 흡입하는 소리에 배가 더 고파진다. 주방쪽에는 엄청난 수의 라멘접시들이 보인다. 손님이 많다 보니 미리 세팅을 하는 것 같다. 옆쪽에는 토핑으로 올라가는 고기도 보인다. 



 돈코츠라멘은 하카타역 주변에 있는 포장마차에서 처음 시작했는데, 어시장이 나가하마로 이전하면서 자연스럽게 라멘 포장마차가 생기고, 바쁘게 돌아가는 시장의 특성에 맞춰 빨리 삶을 수 있게 가는 면을 사용하게 되었다. 그렇게 만들어진 나가하마야 라멘은 면발도 납작하지 않고 둥글고 가느다래 한국의 중면같은 느낌이고, 국물도 다른 돈코츠 라멘보다 기름진 편이다. 


주문하고 얼마 안 있어 나온 돈코츠라멘! 처음 토핑으로 나온 고기를 핫 젓가락 먹었을 때는 그 짠맛이 엄청났는데, 육수와 휘휘 섞으니 짠맛이 라멘에 간이 쏘옥 베인다. 뽀얀색의 라멘국물은 사골과 비슷하고, 흔히 일본 정통의 돈코츠보다는 맛이 진하지 않다. 기호에 맞게 깨와 생강을 넣어 먹으면 되는데, 그 눅진한 국물에 가득 뿌려내어진 파 또한 맛에 한몫 기여를 하는데, 이 곳이야 말로 내 입에 딱 맞았다! 비가 와서 그런지 한그릇 뚝딱 비워냈음에도 불구하고 가게를 나오니 다시 그 맛이 생각나는건 무슨 심보인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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