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아들 여행을 차리다 #1, 1988&2017

에필로그, 우리가 집에만 있지 않는 이유

by 김서연

아주 단순한 게 아주 어려운 일일 때가 있다. 우리 부모님은 맞벌이를 하시다가 내 동생이 태어나면서 일을 그만두시고 서점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내가 고등학교에 올라갈 때쯤 서점을 접고 프랜차이즈 치킨집을 오픈하셨고, 현재 환갑이 넘은 나이에 공인중개사 시험에 합격을 해 부동산을 경영하시고 계시는 분들을 보면 오랫동안 고생하셨다 라는 생각과 함께 꼬리처럼 따라붙는 한 단어가 있다. '가족여행'.


말 그대로 우리 가족은 함께 여행을 가본 적이 단 한 번도 없다. 누군가가 들으면 거짓말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자영업이라는 게 하루만 가게를 열지 않아도 타격이 있는 데다가 본인은 쉬고 따로 직원들을 고용할 만큼 자금사정이 좋은 독점을 하는 시장도 아니기에 자신만의 시간을 가지기가 참 어려웠다.


그래서 항상 나는 저런 부모가 되지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했다. 부모님이 잘못된 길을 걸어온 거라 비난하지 않는다. 그때에는 자신의 생활을 포기하면서 돈을 벌어와서 먹이고 재우고 공부시키는 게 부모의 가장 큰 도리라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지금은 시대가 변했고 나 역시 내가 부족하다고 느꼈던 어린 시절 부모의 공백을 우리 아이가 똑같이 경험하지 않았으면 좋겠고 생각했다.


다행히 남편과 나는 꽤나 많은 부분이 들어맞는다. 아이를 키우면서 다투는 부부들도 꽤나 많은데 우리는 육아방식과 교육관이 일치하다 보니 이런 이슈로는 쿵짝이 잘 맞는다. 안 맞는 부분이라 하면 식성이랄까?ㅋㅋ 둘 다 먹는 걸 좋아하지만 남편은 양식, 나는 한식을 즐기는데 요즘은 이마저도 아이 입맛에 따라 외식을 선택하니 우리 취향은 뭐 고려할 문제가 아니다ㅋㅋ


여하튼! 첫 번째, 책을 많이 읽히자. 두 번째, 여행을 많이 다니자. 세 번째, 다양한 음식을 먹이자. 이 세 가지를 중심으로 우리 가족의 생활이 돌아간다고 보면 되겠다. 특히나 나는 남편이 바쁘고 시간을 내지 못하더라도 혼자서 아이를 데리고 훌쩍 떠나곤 한다. 이런 말을 하면 누군가 물을지도 모르겠다. 차가 있으면 그럴 수 있지~ 여기서 잠깐, 우리는 차도 없고 본인은 장롱면허... 를 소지하고 있는 중인 데다 교통의 요지인 서울에 사는 것도 아니다. 사실 서울에 살았다면 더 여행 다니기 좋았을지도 모르겠다.


내 주변 사람들은 둘이서 어딜 그렇게 다녀? 안 힘들어?라고 자주 질문을 한다. 간결하게만 말하면. 힘들다. 아직도 안아달라고 하는 아이와 짐을 들고 차 없이 이동하기는 쉽지 않다. 그럼에도 내가 이런 여행을 강행하는 이유를 말하라면 본인이 캐나다에서 살았던 경험 때문이라고 말하고 싶다.


살면서 내가 가장 잘한 선택이 부모님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환율이 제일 높을 시기에ㅋㅋ 해외로 떠난 일이다. 어학연수를 하고 대학 자체 시험을 쳐서 들어가서 학과 수석도 돼보고 여행도 많이 다니고 먹을 것도 다양하게 먹고 직장생활도 해보고.. 한국과는 너무 다른 일들을 겪고 나니 내 아이도 이렇게 키우고 싶다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다들 그렇지만 주위 환경에 따라서 내 줏대가 흔들릴 때도 있다. 이게 맞는 건가. 내가 제대로 된 길을 가고 있는 건가 싶은 불안감을 잠재우기 위해서 가만히 집에만 있는 일상은 끝내기로 다짐했다. 어렸을 때부터 여행을 다니면서 많은 낯선 환경을 마주하고 다양한 경험을 하고 말해보고 부딪히면서 아이가 작은 것이라도 뭔가를 얻어가거나 대처하는 모습들도 배웠으면 하는 바람으로 시작한 일이 이제는 일상이 되어버렸다.



나는 젊지도 많지도 않은 나이이고, 아이는 17년 2월생으로 해봐야 고작 단어 몇 개 내뱉는 나이이다. 개월 수가 높아질수록 본인 고집이 얼마나 세지는지 다루기도 쉽지 않다. 대구에서 여행을 가기 위해서는 적어도 1시간 길면 3~4시간까지 걸리는 여정이 있는데 이걸 감당해낼 수 있는 엄마가 얼마나 될까? 나 역시도 자주 여행을 다니지만 아직도 이동수단에서의 시간이란 곤욕으로 느껴질 때가 너무 많다.


앞으로 써 내려갈 이야기는 거창하게 말하면 엄마와 아들, 둘이 여행을 차리는 모습. 편하게 말하면 가고 싶은데 싸돌아다니는 여정ㅋㅋㅋ 을 풀어보면서 자녀와 여행을 계획하고 계시는 많은 분들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들을 풀어낼 수 있는 헛되지 않은 시간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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