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와아들 여행을 차리다 #2, 문화 유산

아이와 어딜 가야 할지 모르겠을 때 고려해봐야 할 것

by 김서연

여러분들은 여행지를 선택하실 때 어떤 걸 우선순위로 결정하시나요? 저희들은 여행 지역이 아닌 어떤 걸 보여주고 싶은지를 먼저 생각하는 편이다. 우리 부부도 가고 싶은 곳이 있으니 매번 이렇게 정하는 건 아니지만 여행지를 결정하고 나서도 아이와 가면 좋을만한 곳을 리스트로 만들어 놓고 그중에서 한 곳을 고른다. 아이가 나이가 어느 정도 있으면 여러 곳을 들려도 좋지만 강행을 하고 싶지 않아 아이가 제일 관심 있어야 할 장소만 선택하는 것이다.


경주는 저희 집에서 가까운 곳이다 보니 자주 다니는 곳 중 하나이다. 처음 경주를 갔을 때 다녀온 곳은 동궁원인데, 버드파크와 함께 있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작은 동물원에 갔을 당시 새소리를 무서워했던지라 진금이수(진귀한 새들과 기이한 짐승들)를 볼 수 있는 기회는 다음으로 미루고 정원만 다녀왔다. 이맘때에 아이가 풀과 꽃에 관심이 많다 보니 길가를 지나가다 식물들을 보면 자리에 멈춰서 손가락으로 콕콕 찔러보던 때이니 얼마나 신나 할지 눈에 선했다.


우리 집에는 어린이 백과사전이 있다. 아이의 흥미를 유발할 수 있는 요소가 있어서 잘 봤던 이유도 있지만 동화책과는 다르게 실사가 실려있다 보니 또 다른 시각으로 책이 읽혀서 그런지 아직도 우리 집에서는 인기도서 1위로 꼽힌다. 본인이 책 속에서만 보았던 것이 실제로 눈 앞에 보이니 더 궁금해하고 신기해하는 모습을 보고 지금 이때다! 싶어 혼자 돌아다녀도 위험하지 않을 공간으로 동궁원은 그야말로 최적의 장소였다.



바람이 꽤나 쌀쌀했던 날인 데다 보문단지 쪽은 관광지임에도 불구하고 교통편이 많지 않아 버스를 기다리는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평일에 갔음에도 많은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생각해보면 초등학교를 다닐 때 경주를 안 와본 학생들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니 이 정도의 인파는 우습겠구나 싶었다.


학생 때도 궁금해하지 않던 걸 아이가 생기고 나니 누가 하라고 시킨 것도 아닌데 이것저것 찾아보는 게 재미있다. 이와 같은 전시관을 오기 며칠 전부터 아이를 재우고 혼자 하는 일이 방문할 곳의 배경이라던지 전시되어 있는 것들을 공부하는 일이다.


미국 매트로폴리탄 미술관에 다녀왔을 때 일이다. 예술에는 그다지 깊이가 있지도 않고 관심도 많지 않지만 유명 작가의 작품들은 어? 이거! 하고 반가울 때가 있다. 책에서 봤을 때와 실제가 눈 앞에 있을 때는 감동의 차이가 달라진다. 고개를 쑤욱 앞으로 빼내고 한 부분이라도 놓치지 않고 자세히 보고 내 나름대로 해석을 하고 나서, 도슨트의 설명을 들어보면 작가의 의도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된다. 그래고 그 작품을 제대로 이해하면서 그림을 보게 되면 괜스레 나 자신이 뿌듯해지기도 한다.


이렇듯이 모르고 보는 것과 알고 보는 것의 차이는 크다. 역사와 배경을 알면 그 작품이 그 장소가 더 재미있고 흥미롭게 느껴지는 법이고, 무엇보다 아이한테 '이 정도쯤이야'라는 말까지 할 수 있다는 게 가장 재밌는 일이 아닐까?ㅋㅋ 물론 우리 아이는 아직 무슨 말인지 이해를 못하겠지만 내가 아이한테 말해줌으로써 다시 한번 공부가 되니 언젠가 또 써먹겠지!라고 생각하기로.



경주 동궁원은 동궁과 월지, 우리나라 최초의 동식물원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신라시대 한옥 구조식으로 만든 대형 온실이다. 동궁원 옆에는 버드파크 외에도 농업 체험공간들이 있는데, 여기서 아이들이 만들기나 그리기 등 실습을 할 수 있는 요소들이 있어 들려보면 좋을 듯하다.


기존에 내 머릿속에서 풀, 나무, 꽃으로 큰 카테고리로만 나뉘었던 것들이, 식물 이름과 설명을 보면서 공부하는데 바오밥나무, 징가, 보리수, 알로에베라, 오렌지자스민 등 종류만 수십 가지에 비슷해 보이는 것들도 많고 모든 식물을 외우진 못했으나 아이의 눈높이에서 보이는 낮은 식물, 색감이 있는 것, 열매가 있는 것 들을 우선적으로 공부했다.


지인 중 한 분이 조경을 하시는 분인데 인터넷에서 찾기 힘든 정보들이나 흥미를 느낄 수 있을 만한 내용들을 물어보며 내가 더 재미있게 공부한 듯하다. 나중에 아이가 이거! 라며 말할 때 기억해 내지 못한 것들이 있었다는 것들만 제외하면ㅋㅋ 나름 선방은 한 듯하다.


예상대로 이 아이는 매우 만족해했다. 혼자 걸어 다니면서 온갖 식물을 만져보고 흙도 파헤쳐보면서(이때 살짝 멘붕이 왔다) 자기 나름대로의 지식과 경험을 축적하는 중이었다. 타이머를 맞춰서 찍으려고 한 사진들을 보다시피 누구와 찍었는지도 모르겠는 사진만 남고 해맑게 웃던 장면들은 찍지 못했지만 공중식물 틸란드시아를 만져보면서 좋아하던 모습이 잊히지 않는다. 우리가 동궁원을 돌아다닌 시간은 정확히 2시간 16분이다. 15개월 아이가 저 정도의 시간을 한 공간에 있었다는 건 굉장히 볼거리가 많고 재미있었다는 뜻이다.


어떤 사람에게는 한 번 휙 하고 지나갔을 장소이고 미리 공부를 하지 않았다면 나 또한 지루하게 느껴졌을지도 모르는 긴 시간이다. 앞으로 직진을 하다 다시 궁금하면 뒤로 돌아와서 또 한 번 보고 가는 과정을 반복하면서 나는 아이가 어떤 것에 더 관심을 두는지 정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


이름 하나하나가 아이가 말하기에 어려운 것들이 많았지만 큰 바오밥 나무는 발음이 쉬웠는지 그 이후로 나무들을 보면 '바오바오'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아이가 어려서 아무것도 모를 거라고 생각하는 건 편견이었다는 걸 다시 한번 깨달았다. 아이의 현재 관심사를 더 이끌어 주는 여행, 그게 경주 여행의 묘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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