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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정은 Apr 12. 2019

아기가 젖을 얼마나  먹은 건지 모르니 불안해요

얼렁뚱땅 완모맘으로의 극복기 2



출산병원과 산후조리원은 '모유수유'를 광적으로 강조했다. 엄마 젖이 좋은 건 알겠다만 경험이 없는 초보 엄마에게 가장 걸림돌이 된 건 정량을  아기에게 먹이는 분유 먹이기와 달리 모유수유는 아기가 대체 얼만 먹은 건지 알 길이 없다는 막막함이었다.


일단  모유  얼마나 되는지 몰랐다. 조리원 가슴 마사지 실장님은 유축 한 양보다 직수로 먹일 때  많은 모유가 나온다 했지만 눈에 보이지 않으니 믿지 못하고  반신반의했다. 


이 모든 의심을 해결할 수 있는 건 유축 수유였다. 유축해서 모유를 젖병에 담아 2시간 텀으로 60ml씩 먹이는 거였다. 모유도 먹이고 양도 체크가 되니 더할 나위 없었다. 하지만 주변에선 유축만 하면 모유양이 늘지 않는다고 직수를 권했다.


조리원 침대 위에 누워 완모 한 친구, 아기 키우는 지인들에게 카톡으로 수차례 물었다.


'직수하면 애가 젖을 얼마나  먹는지 모르잖아'

'대체 완모를 어떻게 한 거야? 대단하다.'

'모유는 어떻게 해야 늘어?'


되돌아오는 답은 한결같았다.


'그냥 한동안은  젖먹이는 기계다 생각하고 수시로 물려'

'자기가 먹고픈만큼 먹고 잠들어. 그러니 애가 원하는 만큼 물려.'


답을 들어도  확신이 서지 않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들은 정답을 내게 알려준 셈이었다.


결국 나는 한 달  가까이 유축 수유와 분유를 먹이는 혼합수유를 택했다. 문제는 자정부터 새벽까지 이어지는 시간이었다. 자다 깬 쮸니는 뱃골이  아기라 분유 타는 시간, 유축 모유 데우는 시간 몇분 조차 기다리려주지 못했다. 우렁차게 우는 탓에 자다 깬 남편도 친정엄마도 그냥 바로 젖을 물리면 안 되냐고 직수를 권할 정도였다. 


아기를  낳은 산모들은 호르몬의 영향으로 산후우울증을 정도는 다르지만 누구나 겪는다.  역시 호르몬을 이길 재간이 없었다.  이렇게 힘든데  직수냐 유축이냐 논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화가 났던게 사실이다. 


젖병을 씻는 것도 손이 상당히갔다. 아들이 백일 즈음해 젖병을 거부하기 시작했는데 기껏 탄 분유를 먹지 않으면 젖병을 씻을 생각에 짜증이 날 정도였다. 결국 아들의 젖병 거부는 내 의지와 상관없이 완모맘으로 돌아서게 했다. 분유를 먹지 않고 모유만 먹여야 하는 상황이기에 모유양 늘리기는 나의 최대 숙제였다. 당시에 분유와 유축 수유의 비율이 9대 1 정도 됐기에 모유양이 한껏 줄어든 상태였다. 



고민 끝 모유수유 촉진 영양제를 먹었고 모유 생성에 좋다는 두유도 하루 네 팩씩 마셨다.  이유축을 중단하고 직수만으로 젖을 물렸다. 진짜 '인간 젖소'가 된 기분이였지만, 아이의 유일한 영양공급원이 나의 모유라는 생각에 '인간 젖소'따위의 감정은 중요하지 않았다. 양가적인 감정이였다. 


 처음엔 좀처럼 늘어나지 않는 모유양에 나의 감정까지 예민해졌다. 이 시기, 남편과 출산후 가장 크게 싸웠던 기억이 난다. 다툼은 사소했다. 모유수유 촉진 영양제의 구입을 놓고 남편이 약간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는데,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노력하는 나와달리 궁시렁 거리는 남편의 태도에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결국 '모유'로 벌어진 다툼에 진심으로 '이남자랑 살아야하나 말아야하나' 결단을 고심했던 웃픈 기억이난다. 


돌이켜보면 '왜그랬지?'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땐 꽤나 진지했다. 모유를 강권하는 사회적 분위기, 그리고 스스로도 사회적 학습탓인지 모성애탓인지 모르겠으나 모유를 먹이고 싶어 집착하고 자책하고 괴로워했던 감정 등에 힘들었던것 같다. 하지만 애를 먹여야 한단 생각에 언제까지 감정에 치우쳐있을순 없었다. 결국 어쩌면 '인간젖소'가 되기위해 스스로 몸부림쳤다.


어쨌든, 노력은 배신하지 않았다. 결국 답은 지인들의 조언처럼 '직수'에 있었다. 정말 한동안 밤낮으로 아이에게 젖을 물렸더니 확 줄었던 모유양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했다. 엄마의 노력 외에도 아이역시 계속 엄마의 젖을 물고 노력해준 덕분이라 생각한다. 나와 쮸니의 '직수' 파트너십은 그렇게 쮸니의 생후 12개월까지 이어졌다. 쮸니는 엄마 젖을 먹고 포동포동 커갔고, 나는 나의 모유를 내주며 하루하루 '엄마'로 조금씩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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