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세대 교수 작가가 본 가족의 정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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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부를 묻기도 전에 ‘아이는..?’이라는 질문을 듣게 되자
뭔가 오랜만에 들은 외국어처럼 낯설었다.
이번 글쓰기 주제가 ‘추석’이었다는 것을 생각하고 **에 가기 이틀 전에 글쓰기에 돌입했다. 하지만 이번 추석은 본가와 처가를 간 것 외에는 집에서 쉬는 것이 전부였던 추석이었기에 특별히 쓸 만한 것이 없었다. 추석에 항상 등장하는 주제인 ‘가족’에 대해서 쓰려고도 했지만 2022년 9월의 나에게는 가족에 대해서도 마땅히 할 말이 없는 것 같았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는 가족에 대해서 할 말이 많았다. 기존 한국 사회가 가지고 있던 가족에 대한 암묵적인 고정관념. 아버지, 어머니, 나, 동생으로 이어지는 핵가족론과 할머니, 할아버지를 모시고 사는 대가족론. 교과서에 항상 나올 법한 가족이 화목하게 웃고 있는 그림. 아버지는 회사에 가고 어머니는 앞치마를 두르고 있는 ‘정상적인’ 가족. 성인이 되어서 직업을 갖게 되면 자연히 결혼으로 이어지는 정석적인 루트와 결혼을 하게 되면 자연히 아이를 묻게 되는 수순들.
오늘도 오랜만에 전체 교수 회식을 했는데 신기하게도 ‘그’ 질문을 듣게 되었다. 오랜만의 회식에서 오랜만에 만난 교수님들인데 오랜만에 만난 후배의 안부를 묻기도 전에 ‘아이는..?’이라는 질문을 듣게 되자 뭔가 오랜만에 들은 외국어처럼 낯설었다. 코로나 시국에 사람을 잘 안 만나서인지, 그렇다고 나는 요즘 말하는 MZ세대라고 생각한 적도 없는데 이상하게도 그 질문이 새삼스러워서 마음속에서 물음표만 생성되고 있었다. 가족의 정의는 과연 무엇일까?
예전에는 친족이 같이 모여 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가족의 개념은 혈연으로 이루어진 집단의 개념이 컸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말하는 대가족의 형태가 예전에는 자연스러운 사회 풍경이었다. 하지만 도시가 생기고 자녀들이 도시로 떠나면서 점차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살게 되고, 도시로 간 자식들이 자녀들을 낳고 살면서 이른바 핵가족이 일반적으로 말하는 가족의 개념으로 자리 잡았다. 하지만 그런 가족의 개념도 최근에는 다시 변하였다. 이혼 가정도 많아지고, 결혼을 하지 않고 사는 동거의 형태도 가족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온 것이다. 결혼 연령이 늦어지고, 자녀를 점차 낳지 않게 되고, 외국인과 결혼하거나, 혼자 아이를 키우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가족의 형태는 다양해졌고, 우리가 예전에 생각하던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도 가족의 일부 형태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우리가 예전에 생각하던 ‘정상적인’ 가족의 모습도 가족의 일부 형태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게 되었다.
현상은 이렇게 변했지만 인식은 아직 많이 바뀌지 않은 것 같다. 결혼을 하지 않은 성인을 보면 자연스럽게 결혼을 떠올리게 되고, 결혼을 한 사람을 보면 자연스럽게 아이를 묻게 된다. 그것이 정상적인 가족이라는 생각이 밑바탕에서 지워지지 않기 때문이다. 이혼이 흔하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혼을 했다고 하면 시선이 정상적이지 않다. 이혼을 한 가정의 자녀들도 사회가 정의한 가족의 개념에 맞지 않기 때문에 어릴 때부터 심리적인 고립과 결핍을 겪어야 하고, 정상적으로 성장하지 않을 이유가 없음에도 사회의 이상한 시선을 느끼며 비정상인 양 성장해야 한다. 내가 교수 임용 서류를 내고 면접을 볼 때도 가족 구성원과 결혼 유무는 필수적인 체크 요소였다. 면접관들 앞에서 결혼과 아이에 대한 질문을 받았을 때도 나의 마음속에서는 ‘왜?’라는 물음표만 둥둥 떠다녔다. 이렇듯 마치 혼자 살거나 이혼을 했다면 이상하게 볼 의향이 있는 것처럼 가족에 대한 고정관념은 쉽사리 바뀌지 않고 있다.
요즘에는 고전적인 가족 형태가 해체되면서 추석과 같은 큰 명절이 아니면 부모나 친척들을 볼 일이 별로 없다. 기본적인 삶의 단위인 가족은 이제 한 명이 될 수도 있고, 피가 섞이지 않은 타인이 될 수도 있다. 어떤 사람들은 이러한 변화를 좋게 평가하지 않을 수도 있지만, 우리가 명절에 친척들이 모였을 때를 생각해 보면 단점만 있는 것은 아니다. 명절에 가족 간의 싸움이 가장 많이 일어난다는 통계는 말할 것도 없고, 명절 전후로 이혼 상담은 폭증한다. 가족이 다 함께 모이면 소통이 잘 될 것 같지만 오히려 대화의 단절만 낳게 되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것은 부부가 함께, 자식과 함께 사는 것이 아니라 행복하게 잘 사는 것이다.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된다는 가족’이 아니라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는 가족’이 많아졌으면 좋겠다.
‘이래야 되고, 저래야 된다는 가족’이 아니라
‘이래도 되고, 저래도 된다는 가족’이 많아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