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이라는 제도가 있는 한 부모님과 결혼 갈등을 겪는 것은 세대를 초월하여 발생하는 문제인 것 같다. 나 또한 그런 갈등을 지독히도 겪어 봤기에 누군가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 보겠다.
아침에 화장실에서 하루를 상쾌하게 보내고(?) 있는데 [무엇이든 물어보살] 사연이 올라와서 보게 되었다. 사연의 요지는 부모님이 의사고 본인도 의산데 부모님이 남자친구를 마음에 안 들어 해서 반대를 하신다는 거다. 사람의 됨됨이보다는 직업이나 학벌만 보고 그렇게 판단하는 것이 사연자는 속상했나 보다.
사연은 조금씩 다를 수 있으나 대부분 공통점은 부모님이 자녀의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를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것으로 갈등이 시작된다. 그리고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이유를 자식 입장에서는 이해가 가지 않을 때 부모-자식 간의 관계는 틀어지기 시작한다.
먼저 ‘자식 이기는 부모 없다’고 하지만 결혼 문제와 관련해서는 ‘자식 이기는 부모 있다’.
왜냐하면 부모는 자식을 위한다는 마음으로 반대를 하기 때문에 자식을 이기는 것이 곧 자식을 위한 길이라고 생각을 한다. 부모 입장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부모는 부모가 살아온 경험을 바탕으로 판단을 하는데, 부모의 경험에 비추어 보면 그 남자친구나 여자친구가 배우자가 되었을 때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팩트가 될지 아니면 괜한 기우였을지는 살아봐야 아는 문제이기 때문에 누가 옳다고 하기가 어렵다. 다만 자식 입장에서는 부모님이 바뀌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고 이 문제에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한번 어그러진 관계는 잘 되기가 힘들다.
우리 부모님이 결혼을 반대하거나 상대방을 싫어하면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남자친구나 여자친구는 거기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마음이 상했을 수도 있고, 나중에 결혼해서 그것이 빌미가 되어 서로의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다. 남녀 관계가 마치 사랑으로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을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렇지가 않다. 관계라는 것은 항상 주고받는 것이기 때문에 한쪽에서 상처를 많이 받으면 그 관계는 오래 좋기가 힘들다. 서로 상처가 없이 무난하게 결혼을 해도 살면서 맞지 않는 것이 생기고 다투게 되는데, 처음부터 부모의 반대로 시작된 관계라면 더 위태로울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시작해야 한다.
셋째, 지금은 그 사람 아니면 안 될 것 같지만 지나고 보면 내 인생에 스쳐가는 많은 인연들 중 한 명일 뿐이다.
항상 겪는 일임에도 당시에는 너무 절박하다는 것이다. 이 사람이 아니면 안 될 것 같고, 이 사람이 내 인연인 것 같다는 생각이 강하기 때문에 주변에서 뭐라고 해도 잘 들리지 않는다. 부모님이 아니라 절친이라도, 아니 어떤 성자가 조언을 해 준들 씨알도 먹히지 않는다. 그런데 지나고 보면 알게 된다. 그 사람은 지나가는 사람 중 한 명일 뿐이었구나 하고. 어떤 경우는 그 사람과 결혼 안 하길 잘한 것 같다고 뒤늦게 깨닫기도 하고, 그 사람과 결혼한 것을 후회하기도 한다.
물론 부모의 반대를 무릅쓰고 잘 사는 사람도 많다. 하지만 그건 내가 ‘사람을 보는 눈이 있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사람을 보는 눈이 생기려면 어느 정도 경험도 있어야 하고 나이도 들어야 하는데(경험과 나이가 많아져도 눈이 안 생기는 경우도 있다), 만약 내가 경험도 없고 아직 나이도 어리다면 주위의 조언을 열린 마음으로 들어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내가 아직 생각하지 못하는 많은 상황들이 미래에 나의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은 시대가 바뀌어서 학벌이나 직업, 가정환경 등 조건을 많이 안 본다고 하지만, 시대를 초월하여 그 사람의 학벌이나 직업, 가정환경은 사람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근거임에는 틀림없다. 학벌을 예로 들면 그 학벌을 따기 위한 그 사람의 노력이나 성실성, 능력 등을 볼 수 있고, 직업은 그 사람의 가치관이나 태도, 추구하는 목표 등을 반영할 수 있고, 가정환경은 그 사람의 습관이나 인간관계, 심리, 성장 과정 등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부모와 달리 그 사람의 됨됨이를 본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 됨됨이라고 하는 것도 결혼 전에는 충분히 속일 수 있고, 연애할 때부터 버젓이 드러나고 있어도 남들 눈에는 보이지만 내 눈에는 안 보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