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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Nov 07. 2023

코로나 사망보다 많은 자살자의 수

멈출 수 없는 설국열차

MBN 뉴스

뉴스를 보는데 3년간 코로나 사망자보다 자살자가 더 많았다는 뉴스가 나왔다. 3년간 코로나 사망자가 35,934명이고 자살자가 39,453명이었다. 코로나로 인해 사회가 마비될 정도로 재난 상황이었는데 코로나 사망자보다 많은 수가 자살로 생을 마감했다는 것은 자살이 사회의 재난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 뉴스에 대한 댓글은 대한민국의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었다.


- 슬프네요..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죽고 싶다고 해서 쉽게 죽을 수도 없는데 얼마나 힘들었을지...

- 태어나지 말아야 할 인생도 있나 봐 정말... 죽고 싶은 건 아닌데 더 이상 상처받으며 꾸역꾸역.. 살고 싶은 거도 아니야... 너무 지침

- 몇억 분의 일 확률로 태어났지만 그 확률로 태어나서 고통스럽습니다

-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사람들한테 아무런 도움도 없이 입으로만 ‘살아라’ ‘(자살) 반대말은 살자다’ ‘아직 창창한 나이다 늦지 않았다’ 이런 말이 결국 그들을 죽음으로 내몬다 그냥 조용히 만 원 주면서 국밥이라도 한 그릇 하라고 건네 봐라 그게 더 도움 된다 …


대개 우리는 자살을 개인의 문제로 내모는 경향이 있다. 마치 그 사람이 이상한 것처럼, 나쁜 생각을 하는 사람처럼 여기고, 그 사람의 문제로 우울증에 걸렸으니 자살을 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근성이 없다며 약해 빠져서 그것도 못 견딘다고 개인의 문제로 돌린다. 자신을 죽이는 것도 생명을 죽인 것이라며 비난하는 사람도 있다.


자살은 사망원인 5위인 뇌혈관 질환 다음으로 높은 사망률을 보이고 있고, 10대, 20대, 30대 사망원인 1위는 여전히 자살이다. 이것은 개인의 문제라고 볼 수 없다. 자살은 사회적인 문제로 보아야 하며 자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인을 다그칠 것이 아니라 사회를 먼저 치료해야 한다.


댓글에서도 볼 수 있듯이 자살은 ‘사는 게 힘이 들어서 버티고 버티다가 최후에 선택하는 것’이다. 그럼 사는 게 왜 힘든지를 봐야 한다. 개인의 우울증, 개인의 불우한 가정환경, 개인의 경제적 문제만 본다면 개인의 문제에서 그치지만, 그런 우울증과 불우한 가정환경과 경제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빈부격차, 양극화, 경쟁적인 사회, 불평등, 차별, 각종 범죄, 전쟁 등을 고려한다면 개인의 문제 밑에 거대하게 깔려 있는 사회의 문제가 보이기 시작한다.


우울증이 늘어나고 있는 것도,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도, 혼인율과 출산율이 감소하고 있는 것도 살기가 힘들다는 것이고, 이것 또한 자살과 무관하지 않다. 내가 살고 있는 이 사회가 행복하지 않고 힘든데 결혼은 어떻게 할 것이며, 아이를 낳으면 지금보다 사는 게 더 힘들어질 것이 뻔하고 그 아이도 행복하게 살 보장이 없는데 아이는 왜 낳을 것인가. 살기가 힘들고 행복하지 않으면 우울증에 걸릴 확률이 높고, 버티다 버티다 무너지면 결국 스스로 죽는 것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지금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은 전쟁으로 사람들이 죽어가지만 한국에서는 자살로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외부의 침입은 없지만 사람들은 스스로 죽는 것을 선택하는 어찌 보면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이는 인체에 있어 자가면역질환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스트레스 상황에 놓이다 보면 면역 체계의 이상이 생겨서 외부의 침입이 없는데도 자기 자신을 공격하여 스스로 파괴하기에 이른다.) 전쟁만큼 사는 것이 힘들다는 뜻이기도 하고, 전쟁처럼 재난의 상황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빈부격차, 양극화, 경쟁적인 사회, 불평등, 차별, 각종 범죄 등의 상황은 스스로 제어하기가 어렵다. 돈을 버는 사람들은 더 경쟁적으로 돈을 벌고자 할 것이고, 부가 소수에게 집중되면 다수의 사람들은 벌어들이는 소득이 적게 된다. 물가는 비싸고 한 달 내내 힘들게 벌어도 대출 이자에 월세에 각종 공과금과 먹을 걸 사고 나면 남는 건 없다. 사기를 쳐서 돈을 번 사람들은 떵떵거리며 살고, 성실하게 사는 사람들은 기업이나 회사에 이윤을 남겨 주는 도구일 뿐 떵떵거리며 살기가 힘들다. 내가 경쟁에서 이기지 않으면 도태되기 때문에 이 사회의 경쟁은 당연한 듯 지속될 것이고, 남의 돈을 빼앗기 위한 범죄는 계속 일어날 것이다. 이런 사회에서는 살기가 힘들고, 참다 참다 버티지 못하면 개인은 죽게 된다.


영화 설국열차

마치 누군가 멈추지 않는다면 계속 달릴 수밖에 없는 설국열차처럼 누군가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이 사회는 이대로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다. 누군가 변화시키지 않는다면 불평등으로 가로막힌 열차 안의 세상처럼 이 사회도 그렇게 계속 달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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