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비행기를 타고 3시간 반 정도가 걸렸다. 나는 공항 라운지에서 맥주를 실컷 먹고 비행기 안에서 두꺼운 책을 보다가 잠이 들었다. 잠이 어찌나 오던지 고개를 앞뒤로 흔들며 깊은 잠에 빠졌다. 중간에 한 번씩 불을 켜면 깼고, 다시 책을 보다가 잠이 들고, 엄청 오래 잔 것 같은데 2시간이 지났고, 또 엄청 오래 잔 것 같은데 1시간 밖에 안 지났던 여정이었다.
공항에 내리자 다른 외국과 비슷하지만 새로운 분위기에 신기함을 느꼈다. 세계 여러 나라의 공항을 가 봤지만 울란바토르의 공항은 그 나름대로 특유의 분위기가 있었고, 태어나서 처음 맡는 공기의 냄새도 느껴졌다. 한국 사람과 비슷한 듯 다른 몽골 현지인의 여권 검사를 받고 공항을 빠져나왔다. 우리를 안내하는 가이드는 30대 초반의 여자였는데 몽골 사람이라고 하였다. 뭔가 한국에서도 볼 법한 얼굴 생김새지만, 왠지 모르게 말을 타면서 활을 쏘았을 것 같은 호전적인 분위기도 언뜻 보였다.
공항을 빠져나오자 역시나 공기의 냄새가 달랐다. 어느 나라에서도 맡지 못한 냄새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깨끗한 듯하면서 약간의 흙냄새와 이 나라 특유의 향신료 냄새가 섞인 듯한 냄새였다. 나만 맡은 것이 아니라 같이 공항을 빠져나오는 사람들도 그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현지 시간으로 거의 새벽 3시가 넘어서 호텔에 도착했고, 씻고 잘 준비를 하니 4시 반쯤이 되었다. 비행기에서 잤던 탓인지 잠이 오지 않았지만 휴대폰을 보다가 스르르 잠에 들었다.
아침 7시 반에 모닝콜이 왔고, 씻고 조식을 먹으러 갔다. 조식은 맛있었다. 메뉴의 종류는 그렇게 많지 않았지만 하나하나 다 맛있었다. 소시지도 이국적이면서 짭짤했고, 내가 조식으로 항상 찾는 죽도 마련되어 있었다. 계란과 감자, 콩 요리도 맛있었고, 과일과 빵과 주스도 맛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