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의 첫째 날은 마트 쇼핑과 칭키스 칸의 대형 마동상 구경과 말 타기가 예정되어 있었다. 마트에서는 몽골에 진출한 한국 제품들을 구경하면서, 몽골에서 먹어 보고 싶었던 유제품들과 과자와 초콜릿을 구매했다.
칭키스 칸의 동상은 생각보다 거대했고 한때 세상을 지배했던 역사가 있는 민족의 자부심이 느껴졌다('몽골 = 칭키스 칸'이라고 할 정도로 몽골은 칭키스 칸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는데 생각보다 멋있게 나왔다.
칭키스 칸(본토 발음으로는 칸이 아니라 하앙~이라고 한다)의 동상을 보고 우리는 테를지 국립공원으로 갔다.
테를지 국립공원은 울란바타르시에서 차를 타고 1시간 반 정도 떨어져 있는데 초입부터 처음 보는 대자연의 풍경에 넋을 놓고 바라보았다. 자연인에 나오는 개그맨 윤택 씨도 2년 전에 다녀갔다고 했는데 이곳을 ‘몽스’ 즉, 몽골의 스위스라고 불렀다고 했다(정확히 말하면 아리야발 사원에서 산을 내려다보며 얘기했다고 하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국립공원 초입의 풍경이 더 좋았다).
그만큼 아름다웠다. 푸릇푸릇한 초원들과 거대한 바위산들 그리고 깨끗한 강과 구름, 나무, 게르로 이루어진 풍경이 꿈같은 세상을 이루고 있었다.
우리가 도착한 곳은 국립공원 안으로 한참을 더 들어가서 승마를 하는 곳이었다. 우리는 말을 타는 방법을 듣고 면책 각서를 쓰고 버스에서 내렸다. 우리가 탄 말은 여행객들을 태워 주느라 지쳐 있는 말들이었다. 몽골에는 말이 많은데 어떤 곳은 비교적 건강한 말들이 있고 그곳은 말을 탈 줄 아는 소수의 사람들이 주로 이용했고, 우리가 간 곳은 단체 여행객들을 계속 받아서 말들이 지쳐 있는 곳이었다.
말 근처로 가니 똥 냄새가 많이 났다. 안전모를 쓰고 가이드의 설명을 다시 들었다. 고삐는 적당한 길이로 잡고 발은 앞 1/3 정도만 넣으라고 하였다. 마부가 2명의 말을 끌어주기 때문에 뒤에서 따로 할 일은 없었고 앉아 있으면 되는 정도였다. 순서대로 말을 탔는데 타면서도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힘겨워보였기 때문이다.
단체였기 때문에 줄지어서 갔는데 멋은 있었다. 풍경도 멋이 있었고, 비가 조금씩 왔는데 비 오는 정경이 운치가 있었다. 우리가 언제 몽고 초원에서 비를 맞으며 말을 타보겠냐며 그 순간을 즐겼다. 다만 말도 동물인지라 가기 싫을 때가 있고 마부가 끌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가는 것이 느껴졌다는 게 마음이 조금 안 좋았다.
국립공원을 돌아다니면 초원에서 자유롭게 풀을 뜯고 있는 말들도 많이 있는데, 그런 말들과 대비가 되어 더 불쌍했다. 같은 말로 태어났지만 어떤 말은 자유롭게 풀을 뜯으며 살고, 어떤 말은 묶여서 여행객들을 나르며 살고, 어떤 말은 고기를 위해 희생되고, 어떤 말은 경주를 위해 훈련을 하며 산다는 것이 꼭 우리 인생과 닮아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