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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Oct 06. 2022

이번 여름을 튀르키예에서 보내다

코로나 이후 첫 해외여행에서 얻은 또 다른 깨달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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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하면서 미용실 사장님이 터키 여행 이야기를 툭툭 던지자
내면 깊은 곳에서 여행의 본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마지막으로 해외여행을 떠난 건 2019년이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코로나 바이러스에 막혀 해외로 나가 보지를 못했다. 올여름 초, 경주에 3박 4일로 휴가를 다녀온 후 이제 휴가도 끝이구나를 생각하고 있을 즈음이었다. 단골로 다니던 미용실에 머리를 하러 갔는데, 글쎄 미용실 사장님이 휴가를 터키로 다녀온 것이었다. 안 그래도 얼마 전 터키가 튀르키예로 이름을 바꾸었다는 소식을 들어 관심이 있었는데, 머리를 하면서 미용실 사장님이 터키 여행 이야기를 툭툭 던지자 내면 깊은 곳에서 여행의 본능이 아지랑이처럼 피어올랐다. 미용실을 다녀온 후 와이프와 터키 이야기를 하였고, EBS 세계테마기행에서 터키가 운명처럼 방송되면서 앞도 뒤도 볼 것 없이, 아니 모든 주변 상황들을 합리화하고 여행을 질러 버렸다.



    그렇게 8박 10일간 뜨거운 여름을 튀르키예에서 보내고 왔다. 2일은 비행기에서 보냈고, 8일 동안 튀르키예를 돌아야 했기에 일정은 빡빡하였다. 새벽 일찍부터 출발하는 경우도 있었고, 한국에서도 잘 걷지 않는 걸음을 하루 종일 걸어 다녔다. 모자를 쓰고 선크림을 발라도 타는 듯한 태양은 피할 수 없었다. 그렇게 우리는 튀르키예의 역사와 문화와 음식과 자연과 도시와 바다를 두루 살피고 돌아왔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또 다른 깨달음을 주었다. 첫째, 여행에 대한 감성도 나이가 들면서 무뎌진다는 것이다. 이번 여행을 기점으로 이미 나의 여행 감성은 꺾였다는 것을 느꼈다. 20대에 느꼈던 다양한 세계에 대한 호기심, 새로운 경험에 대한 감동, 끊임없이 앞으로 나가려는 열정은 어느샌가 녹이 슬었다. 20대에 만났다면 거대하게 다가왔을 튀르키예는 그리 크게 다가오지 않았고, 앞으로 어떤 세계를 만나든 감동이 점점 줄어들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반면에 지금이 앞으로 내 인생에 있어서 가장 젊은 날이니 조금이라도 젊을 때 여행을 많이 해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둘째, 이번은 코로나 시국이기도 했고(튀르키예는 아무도 마스크를 끼지 않았지만), 남아 있는 비행기 티켓은 모두 여행사가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단체 여행으로 갈 수밖에 없었는데 단체 여행이었기 때문에 깨닫게 된 점도 있었다. 우리 팀은 27명으로 다양한 연령대와 가족들로 구성되어 있었는데 특히 은퇴를 하신 분들이 많았다. 은퇴를 하고 부부가 함께 여행을 다니는 모습은 보기가 좋았고, 어떻게 나이 들어야 하는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가이드가 말해 준 70세에 터키 여행을 오셨던 분에 대한 얘기도 인상이 깊었는데 젊었을 때는 자장면도 돈이 아까워서 제 돈 주고 못 사 먹었는데 지금은 재산이 200억이 있지만 몇억 하는 승용차를 사도 별로 감흥이 없다는 것, 뇌졸중을 한 번 앓았기 때문에 여행을 다니다가 쓰러지기도 한다는 것이다. 물론 나이가 들어서 돈이 없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지만 그분에게는 궁핍할 때 먹고 싶었던 자장면 한 그릇이 지금 살 수 있는 고급 승용차보다 더 값어치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셋째, 우리가 탄 직행 비행기 안에는 터키를 여행하려는 한국 사람들로 북적였다. 같은 기간 같은 비행기를 탔지만 도착하자마자 여러 개의 그룹으로 뿔뿔이 흩어졌고 10일이라는 그 짧은 기간 동안에도 각자의 운명은 달랐다. 예를 들어 터키 여행에서 빠뜨릴 수 없는 카파도키아의 열기구를 우리 팀은 새벽에 바람이 부는 바람에 타지 못하였고, 다른 팀들은 하루 차이로 일정이 달랐기 때문에 탈 수 있었다. 하지만 다른 여행사의 팀들을 한 번씩 마주쳤는데 주변 사람들을 힘들게 할 것 같은 사람들도 제법 보였다. 만약 다른 여행사를 선택했더라면 열기구는 탈 수 있었겠지만 여행 내내 괴로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을 했다. 마치 한날한시에 태어나도 부모가 다르고, 사는 환경이 다르고, 살다 보면 그것이 뒤바뀌기도 하고, 사람을 잘못 만나 낭패를 보기도 하고, 오히려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기도 한 것처럼 여행도 인생도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이번 여름을 튀르키예에서 보내고, 한국에서 일만 했다면 얻지 못했을 귀중한 경험과 깨달음을 얻었다. 물론 휴가를 길게 떠난 나를 두고 직장에서는 싫어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에 가지 못하게 하였다면 내가 직장을 싫어하였을 것 같다. 그동안 여행을 못 갔지만 되도록 자주 나가서 살아있음을 느껴야겠다.      



마치 한날한시에 태어나도 부모가 다르고, 사는 환경이 다르고, 살다 보면 그것이 뒤바뀌기도 하고, 사람을 잘못 만나 낭패를 보기도 하고, 오히려 좋은 사람을 만나 행복하기도 한 것처럼 여행도 인생도 알 수가 없는 것이었다.





* 커버 사진 - 이스탄불에서만 볼 수 있는 이국적이고 아름다운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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