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점점 더 느끼는 말. 될 일은 어떻게든 되고, 안 될 일은 지랄발광을 해도 안 된다는 말. 신기한 것은 ‘되고’와 ‘안 되고’는 아주 큰 차이가 아니라 아주 사소한 차이로 갈린다는 것.
인간관계도 비슷하다. 아무리 수용이 어려운 조건이라도 사소한 말 한 마디나 미소로 안 될 것이 되기도 하고, 별 탈 없어 보이던 관계도 몇 가지 어긋나는 일들이 생기면서 점점 사이가 틀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런 사소한 차이들이 모이면 사람의 힘으로 아무리 방향을 돌리려고 해도 쉽지 않다는 것.
그래서 철학관이나 점집은 없어질 수가 없다. 세상 일들이 내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가 많고, 안 될 것 같던 일들이 되기도 하니까 말이다. 물리 법칙으로는 우연의 일치로 설명할 수 있겠지만,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에는 더 강한 힘이 작용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리고 그 강한 힘은 사람이 어찌하지 못하기 때문에 ‘하늘의 뜻’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하늘에 맡긴다.’는 그렇게 해서 나온 말이다. 나의 힘으로 어쩌지 못하는 것들이 인생에는 너무나도 많기 때문에 하늘, 즉 ‘알 수 없는 힘’에게 맡겨버린다. 그래야 나의 마음이 살 수 있고,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러고 보니 20살 때 기억이 난다. 당시 나는 <연금술사>에 나오는 ‘무언가를 간절히 원할 때 온 우주가 도와준다는 말’에 감명을 받고, 온 우주의 기운을 모으기 위해 온 마음과 노력을 한곳에 집중시켰다. 그리고 다행히도 나의 목표는 이루어졌고, 나는 내가 간절히 원했기 때문에 우주가 도와줬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인생을 더 살아보니 꼭 그렇지만도 않았다. 간절히 원한다고 무조건 온 우주가 도와줘서 목표를 이루는 것도 아니고, 목표를 이루는 것이 마냥 좋은 일만은 아님을 깨닫게 된 것이다. 간절히 원하고 그에 합당한 노력을 하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꿈을 이룰 확률이 높아지겠지만, 확률이 높아진다고 해서 반드시 된다는 보장은 없는 것이다. 그리고 지나고 보면 안 될 일은 어떻게 해도 안 됐고, 될 일은 또 의외로 쉽게 풀렸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런 것들을 깨달으면 인간관계나 일에 대해서 집착하는 마음이 많이 덜어진다. 최선은 다해야겠지만 결과에 대해서는 순순히 받아들이고, 내 뜻대로 되지 않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물이 흘러가는 대로 사는 것도 이와 같다. 거센 강물이 낭떠러지에 닿는다고 하여도 사람의 힘으로 벗어나지 못할 때는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도 한 가지 방법이다. 물의 흐름이 좌측이면 좌측으로 사는 것도, 우측이면 우측과 함께 흐르는 것도 삶의 지혜다. 내가 방향을 바꾸고 싶어서 바꾼다고 하더라도 나중의 결과가 어떨지는 살아봐야 알고, 좋지 않은 결과에 봉착하더라도 또 그 이후에는 어떻게 바뀔지 아무도 모르는 법이다.
될 일은 어떻게는 될 것이고, 안 될 일은 어떻게든 안 된다고 생각하고 힘을 좀 빼고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