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는 사람이었다
* 커버 사진 - 설악산 나무들.
설악산에 단풍이 들고 있습니다. 이번 주에 설악산 산행을 했는데 너무 좋았습니다. 다음 주가 절정일 것 같은데 사람이 너무 많을 것 같아서 이번 주에 오길 잘한 것 같습니다.
나무는 사람이었다
나무는 사람이었고
그 사람도 나무가 되었다
세상의 모든 기쁨과 슬픔
세상의 모든 행복과 불행을 그저 견디며
그저 견디고 아무 말 없이 견디고
결국 나무가 되었다
삶을 저버릴 수도
죽음을 저버릴 수도 없었던 그는
뿌리와 가지를 남긴 채
스스로 나무가 되었다
내가 알던 그 사람은 나무가 되었고
나는 그 형체를 알아볼 수 없었다
아래로 깊게 뻗은 뿌리
위로 넓게 솟구친 가지와
표정 없이 굳은 껍질
나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봄과 여름과 가을, 겨울을
나란히 걷던 옛 시절
그 시절이 그리웠다
세상을 향해 걸었던 두 다리와
세상을 향해 외쳤던 팔
빛나던 두 눈과 입
딱딱해진 살갗은 돌이킬 수 없었고
세상을 향해 빛나던 눈과 입은
단단한 나무의
단단한 나무의 그것이 되었다
오늘도 나무를 본다
나무는 산을 이뤘고
그 산으로 소풍을 간다
찬란하고 화려한
그 산으로
나무를 보면서 나무도 사람이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 번씩 합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사람들이 결국 한 그루 한 그루의 나무가 되어 숲을 이루고 살고 있다는 생각을 합니다.
저 나무는 어떤 사연을 가지고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