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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Dec 27. 2022

고령자에서 흔한 압박 골절

-나이가 든다는 것

80대 남성이 뇌출혈로 입원했다. 팔다리에 마비가 생겨서 처음에는 걷지도 못했는데 치료를 하면서 좋아졌고, 2개월 정도 지나자 혼자서 걸을 만큼 많이 좋아졌다. 문제는 이 시기다. 환자는 이 시기에 근력도 좋아지고 움직일 수 있는 범위가 늘어나기 때문에 의욕도 생기고 기분도 좋지만, 반대로 이 시기가 환자에게는 가장 위험하다. 막 걷기 시작할 때 가장 많이 다치기 때문이다.    

 

2개월쯤 지난 어느 날 환자가 허리가 아프다고 했다. 넘어진 것은 아니고 어제 ‘살짝’ 주저앉았다고 했다. 이 경우 쿵 하며 크게 넘어지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엑스레이를 찍어 보니 허리에 압박 골절이 있었다. MRI에서도 확인이 되어 시멘트 성형술을 하게 되었다.

압박 골절 X-ray와 MRI 사진. 각각 요추 4번과 2번에 압박 골절이 보인다. <commons.wikimedia.org, flickr.com>


이 환자의 경우 골밀도 검사를 했을 때 같은 연령대보다 아주 심하진 않지만 골밀도가 떨어져 있었고, 다른 사람은 전혀 신경 쓰지 않을 충격 즉, ‘살짝 주저앉는’ 정도의 힘에도 압박 골절이 생겼던 것이다. 그리고 이미 척추는 퇴행성 변화가 많이 와 있었고, 역학적인 커브도 좋지 않은 상태였다.   

  

다행히 환자분은 압박 골절이 생긴 후에도 경과가 좋아서 다시 걸을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되었고 허리 통증도 괜찮았다. 하지만 이분이 하신 말씀이 마음에 남는다.

    

“넘어지지만 않았다면 지금쯤 날아다녔을 텐데...”     


나이가 든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젊을 때는 넘어지고 부딪히고 해도 툴툴 털고 일어서면 그뿐이지만, 나이가 들면 한번 넘어지는 것으로 인해서 다시는 일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것. 젊을 때는 운동을 해서 뼈와 근육을 튼튼하게 만들 수 있지만, 나이가 들면 몸을 튼튼하게 하는 운동도 마음대로 못하기 때문에 점점 더 약해진다는 것. 한번 뛰지 못하면 걷는 것도 힘들어지고, 걷는 것이 힘들어지면 누워 지내게 되고, 그러면 점점 더 근력이 약해져서 일어서는 것조차 힘들다는 것.


그래서 연세가 많은 분이 어떤 질병으로 몸이 좋지 않으면 연쇄적으로 이곳저곳이 무너지는 경우가 많고, 치료를 잘 받고 수술은 성공했지만 결국 예전과는 다른 상태로 남은 여년을 보내게 되는 경우가 많다.


날씨가 많이 추워졌고 곳곳이 빙판길로 미끄럽다. 젊은 사람들도 물론 조심해야겠지만 나이가 들수록 더 조심하시길 바란다. 어떤 분들은 지팡이를 짚으면 늙어 보일까봐 부끄러워서 지팡이를 완강하게 거부하시는데, 요즘은 예전과는 분위기가 다르니 그런 걱정은 하지 마시고 등산용 지팡이라도 꼭 챙기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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