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바라지 않는 간병인의 네 가지 유형
늙거나 병들게 되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줄어들게 된다. 옷 입는 일부터 씻는 일, 화장실에 가는 일 등 아주 간단한 일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슬픈 일이지만 혼자서는 할 수 없기 때문에 보호자가 도와주거나 간병인의 간병을 받는 일이 생길 수밖에 없다.
간병인의 역할이나 어려움, 간병인 교육이나 자격증에 대한 이야기는 차치하고, 우리가 바라지 않는 간병인의 유형에 대해 이야기를 해 볼까 한다. 이것은 편을 가르려는 것도 아니고 간병인을 비난하려는 의도는 전혀 없으니 오해는 말아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10여 년간 간병인 분들을 옆에서 보아 왔고 좋은 간병인 분들도 많지만, 세상에 다 좋은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듯 가끔 우리가 원하지 않는 간병인을 만날 때가 있다. 우리 모두 늙고 환자가 될 수 있기 때문에 간병을 할 때 이것만은 피하자는 마음에서 몇 자 적어 본다.
첫째, 환자에게 윽박지르는 유형.
환자를 약자로 보는 간병인들에게서 볼 수 있다. 이 유형의 간병인은 기가 세고, 체구도 있고, 목소리도 큰 경우가 많다. 어떤 환자를 만나든 혼내고, 언성을 높여서 결국은 환자의 기를 꺾게 된다. 기가 죽은 환자는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표정이 소심해지고, 간병인의 말에 꼼짝도 못 하고 따르게 된다. 보호자 앞에서는 능수능란하게 둘러대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이 간병인이 간병을 잘하는 줄로 여기기 쉽다. 하지만 어느 정도 눈치챈 보호자는 그다음 주에 간병인을 바꾸는 센스를 발휘하기도 한다.
둘째, 아픈 환자를 귀찮아하거나 방치하는 유형.
게으른 간병인들에게서 볼 수 있다. 이 유형의 간병인은 간병을 하면서 어떻게 시간을 잘 때울까를 고민한다. 간병인은 주로 핸드폰을 하는 시간이 많고, 환자는 누워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 환자의 위생 상태는 점점 나빠지고, 근처에만 가도 상황을 짐작할 수 있다. 간병인은 환자가 무언가를 요구하거나 환자에게 손이 많이 가게 되면 짜증을 낸다. 그래서 환자가 도리어 눈치를 보고 간병인에게 요구를 점점 하지 않게 된다. 코로나 시대에 보호자들은 확인할 방법이 없으니 이 유형의 간병인이 장수하는 경우도 있으나, 내 경험으로는 이런 유형의 간병인도 곧 교체가 되곤 했다.
셋째, 텃세를 부리는 유형.
병원을 세력 다툼의 현장으로 생각하는 간병인들에게서 볼 수 있다. 병실은 작은 사회이고, 다른 환자나 간병인이 들어오면 정치적으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온갖 권모술수를 다 동원한다. 대놓고 텃세를 부리기도 하지만 점차 방법이 교묘해져서 처음에는 돕는 것처럼 위장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슬며시 심부름을 시키기도 하고, 여기서는 원래 이렇게 한다는 둥 듣도 보도 못한 규율로 뉴비*들을 옭아맨다. 본인이 먼저 왔다는 점을 상대방에게 은근히 인지시키려고 하고, 이 병원에 대해 더 많이 아는 척 행세를 한다. 처음에는 뉴비도 텃세를 부리는 간병인에게 어느 정도 비위를 맞춰 주지만, 시간이 가고 상황 파악이 되면서 점차 전면적인 신경전으로 번진다. 그 후의 상황은 뉴비든 올드비**든 간에 개개인의 역량이나 정치력에 따라 달라진다.
* 뉴비(newbie) - 인터넷이나 게임에서 쓰이는 용어로 활동한 지 얼마 안 되는 사람을 가리킴.
** 올드비(oldbie) - 뉴비의 반대말.
넷째, 의료인에게 컴플레인하는 유형.
컴플레인을 잘하는 것이 곧 환자를 위한 길이고 의무라고 생각하는 간병인들에서 볼 수 있다. 이 유형의 간병인은 병원을 적국(敵國)으로, 환자를 적국에 사로잡힌 포로라고 생각한다. 환자에게 조금만 이상이 있어도 라운딩을 도는 간호사나 주치의의 잘못인 양 따지고 든다. 병원은 적국이기 때문에 간병인이 아무런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병원 측에서 사로잡힌 포로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리고 본인이 취한 액션을 자랑스럽게 보호자에게 보고한다. 그러면 보호자는 간병인 덕분이라고 생각하여 간병인을 더 믿고 따르게 되지만, 그 환자는 간병인 덕분에 적만 더 만들게 될 뿐이다.
# 커버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