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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Feb 09. 2023

우야소육(雨夜燒肉)

- 비 오는 밤 고기를 굽다

pixabay.com


사방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좋다

조용한 저녁, 집으로 가는 길

스피커에 익숙해진 두 귀를

자연의 스테레오로 채우는 시간

켰던 라디오를 끄고

빗소리로 공간을 채운다     



  

비 온 뒤 평화로운 도시의 모퉁이

집 안 청소를 하고 마주 앉아

고기를 굽는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겨울의 시원한 바람

도시 굴뚝으로 고기 냄새 날으네


포도주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그러고 보면

뭘 해도 상관없는 시간이다

인생이다     


내가 괴로운들

편안한들

달라질 것이 있으랴     


세월은 흐를 것이고

역사는 지날 것이고

나는 없을 것인데     


꿈, 노래

나의 모든 것

여기서 바칠 것이니





* 날으네는 비표준어지만 감정과 운율을 표현할 다른 단어를 찾지 못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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