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 오는 밤 고기를 굽다
사방에서 들리는 빗소리가 좋다
조용한 저녁, 집으로 가는 길
스피커에 익숙해진 두 귀를
자연의 스테레오로 채우는 시간
켰던 라디오를 끄고
빗소리로 공간을 채운다
비 온 뒤 평화로운 도시의 모퉁이
집 안 청소를 하고 마주 앉아
고기를 굽는다
창문으로 불어오는
겨울의 시원한 바람
도시 굴뚝으로 고기 냄새 날으네
포도주 한잔으로
시름을 달래는 것은
예나 지금이나 마찬가지
그러고 보면
뭘 해도 상관없는 시간이다
인생이다
내가 괴로운들
편안한들
달라질 것이 있으랴
세월은 흐를 것이고
역사는 지날 것이고
나는 없을 것인데
꿈, 노래
나의 모든 것
여기서 바칠 것이니
* 날으네는 비표준어지만 감정과 운율을 표현할 다른 단어를 찾지 못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