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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Jan 24. 2023

이혼은 유전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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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많은 확률로 이혼한 사람의 부모도 이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많은 확률로 이혼한 사람의 배우자는 나의 엄마 또는 아빠와 닮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많은 확률로 나는 내가 그렇게 싫어했던 부모처럼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혼은 유전일까?     


유전의 정의를 ‘유전자’에 포커스를 맞추면 조금씩 다를 수 있겠지만, ‘유전자’뿐만 아니라 ‘환경에 따른 유전자의 발현’, ‘생활 습관’, ‘문화’, ‘가정의 분위기’, ‘추구하는 가치’, ‘이상형’,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 ‘감정의 특성’, ‘질병’, ‘정신 건강’ 등을 두루 포괄한다면 맞다. 이혼은 많은 확률로 유전될 가능성이 높다.

    

술 마시고 들어오는 아빠, 그리고 그로 인한 다툼을 그토록 싫어했지만, 지금의 내 남편이 아빠처럼 술을 마시고 들어오고, 나는 엄마와 똑같이 지금의 남편과 다투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엄마가 바람을 피운 것 때문에 결혼이 항상 불안의 요소였지만, 지금의 내 아내가 엄마처럼 바람을 피우고 있고, 결혼은 불안을 넘어 파탄을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된다.


문제가 무엇일까?     


문제의 본질은 유전이 아니라 내가 ‘맞지 않는 사람과 결혼을 했다’는 데 있다. 술 마시는 아빠가 그렇게 싫었다면 그런 유형의 남자와 결혼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이성(異性)에 대한 ‘감정의 이끌림’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다. 이혼을 한 엄마가 불안의 요소였다면 결혼을 아예 하지 않거나 그런 사람을 만나지 않아야 하는데, ‘내가’ 자청해서 다른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자와 결혼을 했다는 데 있다. 나의 잘못이 아니라 상대방의 잘못으로 이혼을 했지만, 그런 상대방을 고른 것은 ‘나의 잘못’이다.     


그러면 어떻게 이혼하지 않을 사람을 고를 수 있을까?

    

방법은 간단하다. 나와 다툼이 많지 않은 사람, 나와의 결합을 깨지 않을 사람을 고르면 된다. 그런데 그런 사람은 이성적으로 매력이 떨어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 얼굴이 못생겼을 수도 있고, 남자답지 않을 수도 있고, 직업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키가 작거나, 집안에 돈이 없거나, 속궁합이 좋지 않을 수도 있다. 그러면 아무런 매력도 없는데 사귀고 결혼을 해야 할까? 내가 뭐가 못나서 그런 사람을 만나야 할까?   


그렇기 때문에 나는 이혼을 겪을 가능성이 높다.      


그런 경우 차라리 혼자 사는 편이 낫지만, 이혼을 했더라도 두 번, 세 번 결혼을 하고 또 이혼을 하는 사람이 생기는 이유는 혼자 사는 것을 선택하는 것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혼자 사는 것을 선택했거나, 의식 또는 무의식적으로 결혼을 피했던 사람은 이혼 또한 겪지 않았겠지만 나는 그렇지 않았기 때문에 이혼을 겪게 되었다. 그러면 우리는 ‘이혼을 겪는 사람은 결혼을 피하지 않았던 사람’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정리해 보자.     


부모가 이혼을 했다면 나의 특성을 잘 파악해야 한다. 내가 엄마, 아빠로부터 어떤 성향을 물려받았는지, 내가 어떤 사람에게 이끌리는지, 그리고 엄마, 아빠가 어떤 것 때문에 이혼을 하게 되었는지 분석해 봐야 한다. 성격이 맞지 않았던 것인지, 바람을 피우는 성향이 있는지, 아니면 상대방 때문에 점점 멀어지게 됐는지.      


그리고 그것이 바꿀 수 있는 것인지 살펴봐야 한다. 결혼 생활에 있어 안 좋은 문제가 나에게 있다면 내가 먼저 바뀌어야 이혼의 가능성을 줄일 수 있고, 둘의 성향이나 성격이 맞지 않다면 서로가 맞춰 가거나 아니면 맞는 사람과 만나야 한다. 이성적으로 끌리더라도 상대방이 나중에 바람을 피울 가능성이 있다면 만나지 않는 것이 좋다. 그것은 내가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만남은 이성(異性)의 끌림으로 시작될 수 있지만, 결혼은 이성(理性)의 판단으로 맺어야 한다. 이성(理性)으로 생각했을 때 아닌 사람이지만 이성(異性)으로 계속 끌린다면, 만남에 그치고 결혼까지는 가지 않아야 한다. 결혼을 하면 상대방과 잘 살 수 있을 것 같지만, 결국 남은 남이다. 아무리 사랑해서 결혼을 했더라도 상대방이 맞지 않는 사람이라면 그 사람은 내 마음과 같지 않을 것이고, 결국 이혼만이 정답이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결혼은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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