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와 J의 약속 지키기
카페에서 글을 쓰고 있는데 옆에 남자 한 명과 여자 두 명이 앉았다. 글을 쓰는데 집중하고 있어서 무슨 대화를 나누는지 귀 기울여 듣지 않았지만 갑자기 내 귀를 스치는 말이 있었다.
“(MBTI) P면 약속을 안 지켜도 이해가 되는데, J인데 약속을 안 지키니까 화가 난다.”는 것이었다.
‘응? 그게 무슨 말이지?‘. 똑같은 약속이지만 한 사람은 원래 즉흥적이고 무계획이니 약속을 안 지켜도 되고, 한 사람은 원래 계획적인 사람이니 약속을 지켜야 한다는 것이다. 약속을 안 지키는 건 똑같은데 잣대가 이렇게 달라진다. J 입장에서는 억울하지 않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니 예전에 와이프와 데이트 할 때의 생각이 난다. 나는 주로 약속 시간을 지키는 편이고 와이프는 좀 늦는 편이었다. 그런데 MBTI를 해 보면 나는 P이고, 와이프는 J다. 나는 P라도 약속이 있으면 얼른 일 처리를 하고 상황에 맞춰서 일찍 도착하는 편이고, 와이프는 J이지만 준비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리고 준비 사항도 하나하나 완벽하게 해서 나가야 하기 때문에 약속 시간에 늦을 수 있다.
MBTI는 사람을 분류하는 방법 중 하나다. 요즘에 유행이 되어서 그렇지 옛날부터 사람의 특성을 분류하는 것은 항상 있어 왔다. 외향적인 사람 vs 내향적인 사람, 친구가 많은 사람 vs 혼자 있기를 좋아하는 사람 등 사람은 어떤 경향성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약속 지키기는 다른 문제다. 사람의 경향성을 떠나서 약속은 지키라고 있는 것이다. 사람 간의 약속이나 예의, 배려, 신의 같은 것들은 외향적이든 내향적이든 상관 없이 지켜질 수록 좋다. 물론 P가 확률적으로 약속을 안 지키는 경우가 많고 J가 약속을 지키는 경우가 많다고 해도, P라서 괜찮고 J는 안 된다는 사고는 위험할 수 있다.
MBTI는 그냥 재미로 하자. 사람을 많이 겪어 보면 알겠지만 혈액형처럼 MBTI로는 사람을 알 수 없다.
* 커버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