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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Feb 14. 2023

파킨슨병이라는 이름표

손이 떨려서 병원에 갔더니 파킨슨병이라는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다.

어머니가 허리를 아파하고 자주 넘어져서 근처 병원에 갔더니 큰 병원에 가 보라고 하여 결국 파킨슨병 진단을 받고 약을 복용하기 시작한다.      


파킨슨병 환자들이 흔히 겪는 시나리오다. 문제는 ‘증상-진단-처방’에 있는 것이 아니라 환자들이 파킨슨병이라는 이름표가 붙으면 너무 쉽게 그다음 순서인 약으로 이어진다는 데 있다. 도파민 관련 약들이 과거에 비해 많은 발전이 있어 왔지만, 10-20년 뒤 미래에서 현재의 약들을 바라본다고 가정한다면 아직까지는 인체에 적용하기에 많이 거친 면이 있다.   


파킨슨병으로 병원에 가면 보통 병원에서는 레보도파 제제, 도파민 작용제, MAO-B 억제제 등 도파민 관련 약들 중에 선택해서 주거나 증상에 따라 대증적인 약을 처방하게 된다. 도파민 관련 약들은 한번 시작하면 중간에 끊기란 매우 어렵고, 용량이나 종류의 변화에 민감한 특성이 있기 때문에 약을 시작하는 순간 약에 종속되는 삶을 살아야 한다. 그러다가 약 부작용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더욱 약에 구속되는 상태에 이른다. 하지만 환자들은 그런 경험과 지식이 없기 때문에 파킨슨병이라는 이름표가 붙음과 동시에 병이 나을 것이라는 기대로 마치 감기약을 먹듯 쉽게 도파민 관련 약들을 시작한다.     


파킨슨병에는 순한 파킨슨병과 만만치 않은 파킨슨병이 있다(이차성 파킨슨증, 파킨슨 플러스 증후군 등은 제외한다). 순한 파킨슨병은 손 떨림, 뻗뻗함, 자세 불안정성 등 증상이 있지만 심하지 않고, 약을 복용하면 증상도 완화가 되고 오랜 시간이 지나도 큰 변화 없이 잘 지낸다. 만만치 않은 파킨슨병은 파킨슨병을 진단받고 약을 복용해도 증상이 쉽게 나아지지 않고, 약의 용량이나 종류에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 병원 저 병원에 다니면서 약을 바꾸게 되고 나중에는 부작용도 잘 나타난다.      


만약 본인이 순한 파킨슨병일 경우에는 너무 걱정하지 말자. 약을 먹지 않고 건강 관리를 하면서 시간을 갖고 지켜보아도 괜찮고, 약을 시작하더라도 하나씩, 소량으로 시작한다면 크게 부작용 없이 잘 지낼 수 있다. 하지만 만약 본인이 만만치 않은 파킨슨병이라면 신중하게 고민하고 생각하여야 한다. 손 떨림이 신경이 쓰이더라도 떨림을 줄이기 위해 병원에서 계속 손이 많이 떨린다고 얘기한다면 의사는 약을 늘리거나 약을 추가하는 수밖에는 없는 입장이다. 증상을 낫게 하기 위해 계속 약을 늘리다 보면 결국에는 부작용 때문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약을 줄이면 몸이 불편하여 못 견디고, 약을 늘리면 몸이 더 떨리고 꼬이는 부작용이 생겨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시점이 분명히 찾아온다.      


파킨슨병이라는 이름표가 붙었다고 해서 인간의 주체성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나의 건강은 내가 잘 알고, 내가 지켜야 한다. 약을 시작하는 순간 나의 주체성은 순위를 빼앗기고 약에 종속되는 삶을 사는 것이 파킨슨병 환자들의 특징이 될 수 있다. 물론 수면제나 신경 안정제 등 다른 약들도 마찬가지지만, 도파민 관련 약들은 그보다 더 거칠고 중독성도 강하며 본인 스스로 조절하기가 힘들다.


병명이 생기면 무조건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도 일종의 패러다임이다. 장단점을 잘 따져서 하거나, 아니면 몸이 불편한 것을 조금 감수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선택일 수도 있다는 것을 한 번쯤은 생각해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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