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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Feb 07. 2023

죽은 사람에게서 온 카톡


점심시간에 카톡이 왔다. 예전에 오랫동안 배웠던 중국어 선생님의 카톡이었다. 힘들 때 술도 사 주시고, 댁으로 초대도 해 주곤 하셨기 때문에 항상 마음에 계시던 선생님이었다. 그런데 카톡의 첫 단어가 ‘부고’였다. 순간 이상한 마음에 창을 열어 보니, 아니나 다를까 선생님 본인의 부고였다.      


한국에서 활동하는 1세대 중국어 선생님들은 아마도 모두 이 선생님을 거쳤으리라 싶을 정도로 중국어의 선조급 선생님이시기 때문에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 것이라 생각된다. 최근에 사는데 바빠서 연락을 못 드렸는데 이렇게 선생님 본인 카톡으로 부고가 오니 황망한 마음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랐다. 점심을 먹고 회의를 하는데 눈물이 났다.     


그러고 보니 매년 나의 생일 때마다 잊지 않고 “OO同学,祝你生日快乐、身体健康!”이라며 카톡을 보내 주셨던 선생님. 그러고 보니 재작년 카톡에도 빠짐없이 나의 안부를 물어 주셨는데 작년에는 카톡이 오지 않았던 것이다. 사는 데 바빠서 연락을 못 드렸는데 이렇게 부고로 연락을 주시니 마음이 너무 아팠다.     




같은 하늘 아래 내가 좋아하던 사람이 한 명씩 사라지는 건 슬픈 일이다. 그렇게 한 명씩 한 명씩 가면 나는 점점 줄이 끊어진 인형 신세가 되고, 결국엔 혼자 남았다가 나도 끊어질 것임을 알기에 더 슬프다.

     

사는 것은 잠깐의 만남과 기나긴 이별의 연속이고, 잠깐의 행복했던 기억들은 이별 후에 홀로 쭈그리고 앉아서 멍하니 지나간 시간을 세야 한다. 내가 살아 있는 한 이별에 슬퍼해야 하고, 돌아오지 않을 추억을 마냥 그려야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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