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만인 것 같다. 휴일 아침, 나는 토익 시험을 치러 갔다. 직장도 있고, 정년도 보장이 되고, 영어도 필요 없는 내가 왜냐고? 꿈을 향한 발걸음의 시도라고나 할까..
계약직이면 이직을 위해 토익 시험을 치는 경우는 종종 있겠지만, 정규직이 이직을 위해 토익 시험을 치는 경우는 많지 않을 것 같다. 더군다나 전임 교원이 토익 시험이라.. 나의 경우는 좀 특수한 경우였기 때문에 '비슷한 분야로의 이동' 정도로만 설명을 하고 넘어가겠다.
어쨌든 나의 시도는 물거품이 되었고, 나는 이 일을 계기로 영어 공부를 다시 하게 됐다.
수능 공부를 할 때 나는 영어를 좋아했다. 영어 단어를 외우고 문장을 읽는 것이 재미가 있었다. 하지만 나는 유학을 간 적이 없었고 영어를 실생활에 쓴 적이 없었기 때문에 수능을 친 이후로는 거의 잊고 있었다.
꿈은 무산됐지만 토익 시험은 치고 싶었다. 나의 영어 실력이 어느 정도로 남아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고, 매일이 ‘시험’이지만 '시험'은 치지 않는 직장인의 생활 속에서 그 분위기를 한번 느껴 보고 싶었다.
내가 간 곳은 고등학교였다. 오랜만의 고등학교 풍경이 새삼스러웠다. 정겹기도 했고, 예전 학창 시절 생각이 났다. 공부에만 집중했던 그때, 누군가와의 경쟁에 익숙했던 그때, 살아남기 위해서 젊음을 불살랐던 그때. 교실에는 나무로 된 책상과 딱딱한 의자가, 화장실에 갔더니 수세식 변기가, 그리고 쇠를 돌려서 잠그는 옛날식 창문이 요즘 고등학교에도 설치되어 있다는 것이 신기했다. 정말 옛날 생각이 많이 났다.
왜 사람은 어릴 때 이런 닭장 같은 건물에서 똑같은 교복을 입고 똑같은 공부를 해야만 할까? 어른이 되어서 학교에 와 보니 학생들이 불쌍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단지 사회에 알맞은 사람으로 성장시킨다는 명목으로? 공부를 잘해야 고생하지 않고 살기 때문에? 그건 아닌 것 같다.
어쨌든 토익 시험은 생각보다 어려웠다. 듣기 평가를 할 때 집중력이 흐려져서 몇 문제가 통째로 날아가기도 하였고, 읽기 시험에서는 시간이 모자라서 마지막 지문은 거의 읽지도 못하고 찍었다. 내 영어 실력이 이 정도였을 줄은 시험을 쳐 보지 않았다면 몰랐을 것이다.
내가 영어를 쓸 기회가 올지는 잘 모르겠지만 당분간은 영어 공부를 하고 싶다. 그리고 그 기회가 왔을 때 잡고 싶다. 아직 나는 꿈이 있고,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니기 때문에. 정규직으로 정년을 맞을 수도 있겠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더라도 나는 다른 꿈을 꾸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