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의료급여의 민낯
40대 환자가 보호자와 함께 내원하였다. 환자는 한눈에 봐도 위생관리가 되어 있지 않았고, KF94 마스크를 끼고 있음에도 냄새가 전달이 되었다. 보호자는 아무런 검사 결과나 소견서를 가져오지 않았고, 아들의 병은 내가 다 안다며 말을 하기 시작했다. 전산에는 ‘의료급여 1종’이라고 떠 있었다.
요지는 이랬다. 뇌출혈이 2번 있었고, 오늘 몸 컨디션이 안 좋은 것 같아서 근처 응급실에서 CT, 혈액검사 등 했는데 이상이 없다고 하여 왔다는 것이다. 환자는 편마비가 있었고, 눈을 감고 있는 경향이 있어서 몇 가지 질문이나 운동 지시를 해 보았지만 언어나 신체 반응은 괜찮았다. 그래서 외래 치료를 하면서 경과를 보려고 하는데 보호자가 입원을 원한다고 하였다.
보호자가 먼저 입원 이야기를 하자 뭔가 이상한 느낌이 있었지만 어쨌든 일반적인 입원 설명을 하고 간호사에게 전달을 하였다. 그리고 보호자와 간호사 간의 대화가 들려왔다.
간호사 : 입원 준비는 해 오셨어요?
보호자 : 몸만 오면 되지 준비가 필요한가?
간호사 : 칫솔이나 세면도구는요?
보호자 : 양치질 안 해도 돼. 지금까지 안 씻고도 괜찮았어. 냄새도 안 나.
간호사 : ... 보호자분은 병원에 상주하실 거죠?
보호자 : 있으라고 하면 있으면 되지.
간호사 : 코로나 검사를 해야 되는데 환자분과 보호자분 둘 다 하셔야 됩니다.
보호자 : 하면 되지.
대화가 있고 나서 다른 환자를 보고 있는데 간호사가 왔다. 보호자가 코로나 검사 비용 2만 5천 원이 없어서 입원을 못하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가 보니 보호자가 8천 원을 내밀며 이 돈 밖에 없다며 '병원비는 나중에 어떻게 되겠지.' 하는 식이었다. 입원 치료를 하다 보면 아무래도 비급여 항목도 발생할 수 있고 치료비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을 드리면, ‘보험 되는 것만 해서 입원비가 안 나오게 하면 되지.’ 하였다. 결국 8천 원을 가지고 외래 치료도 아니고 입원 치료를 받으려고 온 것이다. 병원에 있으면 공짜로 밥도 나오겠다, 잠자리와 입을 옷도 있겠다, 일단 입원하고 보자는 심산이었다. 외래로 오셔서 경과를 보자고 말씀을 드리면 ‘외래로 올 거면 여기 안 왔다.’면서 막무가내로 행동하였다.
이런 환자들은 입원을 하다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입원 중에 환자나 보호자가 도망가는 경우도 있고, 치료가 필요한데 금전적인 문제로 치료를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생기고, 그로 인해 환자의 상태가 조금만 안 좋아져도 물어내라는 식으로 나오기 십상이다.
국가로부터 복지 혜택을 받으면 나중에는 그것이 당연해져서 모든 것들을 공짜로 해결하려는 사람들. 자신을 위해 베풀어지는 사람들의 노력이나 물적인 지원들에 감사함이 전혀 없고, 그 가치에 대해 자신의 돈을 지불하려는 마음이 없는 환자들. 심지어 병원에 오면서 발생하는 택시비 2만 원은 당연하게 지불하면서 병원에서 진료비가 5천 원이 나오면 컴플레인을 하는 사람들. 그 사람의 진료비가 5천 원이 되기까지 수많은 사람들의 노고와 세금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그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줄로 생각하는 사람들.
진료비를 성실하게 내는 사람들은 서로 간의 예의가 있는 경우가 많지만, 국가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은 막무가내인 경우가 많다. 오히려 반대가 되어야 정상이 아닌가? 국가의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자신의 진료비를 다 내는 사람들이 권리를 더 주장해야 앞뒤가 맞는 것 같은데 실상은 반대다.
나도 어릴 때부터 가정이나 학교에서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주고 선의를 베풀라고 배웠지만, 사회생활을 하고, 수많은 환자들과 보호자들을 겪으면서 생각이 달라졌다. 국가로부터 받는 혜택을 당연하게 여기고, 주변 관리가 전혀 되지 않는 사람들은 약간의 경계가 필요하다. 나는 최대한 상대방을 배려해서 선의를 베풀었지만 나중에는 그것이 빌미가 되어 뒤통수를 맞게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국가의 복지는 필요하다. 특히나 생계가 어려운 사람들은 복지가 없으면 생활이 쉽지 않고, 의료 분야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국가의 복지 혜택으로 인해서 때로는 그것을 당연하게 여기거나 심지어 그것을 교묘하게 이용하려는 사람이 생겨난다는 것이 문제다. 이러한 문제가 있음에도 어쩔 수 없이 하는 것, 그것을 우리는 ‘필요악’이라고 부른다. 인간의 심리는 공짜로 무언가를 계속 받게 되면 고마워하고 더 노력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게을러지고 어떻게 하면 더 받아 낼까에 대해 머리를 굴리게 되는 것이다.
국가의 복지를 먹고 자란 사람들이 때로는 무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