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잠에게 감사한다
잠은 쉼이다. 잠은 어제와 오늘을 분리하는 보호막이다. 잠이 없으면 어제의 고뇌가 오늘까지 전달되고, 오늘을 보호하지 못하면 우리는 내일 시름시름 앓게 된다.
잠을 잘 못 자는 것은 질병이다. 무슨 일이 있어 하루 이틀 못 자는 것이 병은 아니지만, 몇 달 이상 잠을 잘 못 잔다고 하면 이미 병이 진행되는 것이다. 스트레스로 인해서 신체의 리듬을 잃고, 생각이 많아서 정신이 안정 상태에 들어가지 못하고, 이것이 만성화되면 스스로 돌리는 것이 힘들 정도로 신체에 영향을 준다.
머리가 자주 아프고, 어지러움을 자주 느끼는 경우를 예로 들어 보면, 만성적인 두통과 어지러움을 호소하는 환자들도 거의 대부분 잠을 잘 자지 못한다고 답한다. 어쩌다가 잠을 푹 잔 날이면 증상이 괜찮다고 하지만, 문제는 그런 날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잠을 자도 푹 자지 못하고 얕게 자거나, 뒤척이고, 화장실을 자주 가고, 잠을 자려고 하면 정신이 더 또렷해지는 특징이 있다.
더 나아가 불면증이 오래되면 두통이나 어지러움 같은 ‘증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질병’이 찾아오기 마련이다. 밤에 쉬어야 할 장기들이 휴식을 취하지 못하게 되니 과부하가 걸리고 노폐물이 쌓인다. 그것이 심장이나 혈관으로 가면 고혈압, 심혈관 질환이 되고, 뇌로 가면 뇌졸중, 치매가 된다. 그래서 결과적으로 고혈압, 심장 질환, 뇌졸중, 치매가 생겨도 거슬러 올라가면 잠을 잘 못 자는 것이 시작인 경우가 많다.
검색창에 불면증의 예방 방법이라고 치면 ‘같은 시간에 자고 일어날 것, 술이나 카페인, 니코틴을 피할 것, 운동을 할 것, 안락한 수면 환경을 만들 것, 자기 전에 음식을 많이 먹지 말 것, 잠들기 전 스마트폰을 피할 것’ 등이 제시되는데 현실적이지 못하다. 불면증 환자들이 이런 방법들을 몰라서 잠을 못 자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불면증 환자들을 잘 관찰해 보면 기본적으로 신경을 많이 쓰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경우가 많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 때문에 술이나 커피를 먹게 되고, 운동과 멀어지고, 밤에 야식을 먹게 되고, 침대에 누워서 스마트폰을 하게 되고, 일찍 자고 싶지 않게 되는 것이다. 즉 위에서 제시한 예방 방법들은 이미 지켜지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면 불면증 환자들에게 ‘스트레스를 받지 마세요.’라고 한다면 나을 수 있을까? 아니다. 이미 질병이 되어 신경계에 고착화되었기 때문에 스스로 원상 복구하는 것이 어려울뿐더러, 성격이 잘 바뀌지 않듯이 스트레스를 받거나 신경을 쓰는 기질도 잘 바뀌지 않는다. 일만 좀 줄이면 불면증이 나아질 것 같은 환자들도 생각보다 일을 줄이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울 정도로 힘들다. 그래서 결국 일을 줄이거나 신경을 덜 쓰는데 노력을 기울이는 것이 아니라 수면제를 먹으며 스트레스를 감수하게 되고, 나중에는 수면제를 먹지 않으면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가 되어 버린다.
잠은 쉼이고, 보호막이다. 어제 힘들었던 신체는 잠을 통해서 오늘을 살 수 있고, 오늘 힘든 일이 있었더라도 잠을 통해서 우리의 내일을 보장받는다. 두통, 어지러움 같은 증상뿐만 아니라 고혈압, 뇌졸중, 치매 같은 질환도 잠을 잘 자지 못하는 데에서 기원하는 경우가 많다. 젊었을 때는 스트레스 때문에 괴롭고, 나이가 들어서 질병으로 괴롭다면 우리의 삶은 행복과는 거리가 멀어질 것이다. 우리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매일 잠에게 고마움을 표현할 필요가 있다. 잠에게 이렇게 한번 말을 걸어 보자.
“잠아 고맙다. 너 때문에 오늘의 내가 있고, 내일의 건강한 나를 보장받을 수 있구나.”
“잠아 미안하다. 그동안 내가 너를 많이 괴롭혔구나. 지금부터라도 너를 보호하고, 네가 휴식을 잘 취할 수 있도록 나의 지나친 욕심을 내려놓아야겠구나.”
* 사진 출처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