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과 관련하여 유튜브에 영상을 올린 지 1년이 되었다. 영상은 조금씩 조회수가 올라갔고 지금도 꾸준히 올라가고 있다. 영상을 올리고 느낀 점은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이다. 자살률 1위인 나라에서 왜 그렇지 않겠는가.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2021년 한국의 자살률은 10만 명당 26명(13,352명)이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2023)에 따르면 2020년을 기준으로 10만 명당 20명이 넘는 나라는 한국(24.1명)과 리투아니아(20.3명) 밖에 없고, 3위인 에스토니아(15.2명)와도 격차가 컸다.
실제로 한국에서는 많은 수의 사람들이 자살을 생각하고 있음에도 자살을 언급하는 것은 아직도 금기시되고 있고, 학생들도 자살과 관련된 생각을 많이 하고 있지만 막상 자살이나 죽음과 관련된 이야기나 수업은 하기가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내 영상에도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들이 댓글을 남겼는데, 아무에게도 자살에 대한 생각을 이야기하지 못하고 온라인 공간에 진심을 담아 표현하는 것을 보고 많이 안타까웠다. 처음에는 답변도 하고 했으나 혹여나 그런 댓글들이 다른 사람들의 약해진 마음에 불을 지필까 염려가 되어 댓글창을 닫아야 했다.
어제도 환자 한 분이 우울감을 호소하면서 자살에 대한 생각도 있다고 했다. 환자들은 본인의 몸 상태가 안 좋거나, 아니면 옆 환자의 상태가 안 좋아져도, 날씨가 안 좋거나 해도 쉽게 우울감에 빠질 수 있다. 그 얘기를 병원에 입원해 있는 내 아내에게 하니, 자기도 병원 침대에 누워서 창밖을 보면 우울한 기분을 느낀다고 했다.
직장에서도 가정에서도 마찬가지의 일은 일어나고 있다. 아무에게도 말은 못 하지만 우울증으로 힘들어할 수도 있고, 자살 생각을 계속 가지고 있는 경우도 있다. 얼마 전 아스트로의 멤버인 가수 문빈이 숨진 채 발견되었다. 나와는 일면식도 없고, 당시 정황이 어떠했는지도 모르나 이런 뉴스가 올라오면 마음이 좋지 않다. 같은 인간으로서의 연민의 마음인지, 같이 인생을 살아가면서 그 힘듦을 공감해서인지 모르겠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만약 우리가 스스로 죽는 것을 선택했다면 적어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말할 대상은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
오늘은 비가 온다. 2021년을 기준으로 1년에 13,352명이 자살을 했다면, 오늘 같은 날에도 평균 35명 정도가 우리 주변에서 자살로 죽는다는 의미다. 만약 자살을 시도했지만 죽지 않은 사람이나 자살에 매우 근접하게 간 사람들까지 포함한다면 그 수는 매우 많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앞으로만 갈 것이 아니라 주변을 돌아볼 필요도 있다. 좀 더 우울이나 자살에 대해 솔직히 말할 수 있고, 들을 수 있는 분위기가 필요한 것 같다. 내 딸이, 내 아빠가, 내 친구가 자살에 대해 말을 한다면 ‘어떻게 그런 생각을 할 수 있냐.’며 놀랄 것이 아니라, 충분히 그럴 수 있음을 이해하고 들어줄 수 있어야 하겠다.
만약 우리가 스스로 죽는 것을 선택했다면 적어도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고 말할 대상은 있었으면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