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얼빠가 참 많은 것 같다. 얼빠도 개취니 감 놔라 배 놔라 할 순 없지만 필연적으로 불행을 초래하니 안타깝기 그지없다. 문제는 서로의 관계를 보지 못하고 내 감정만 앞선다는 것이다.
연애나 결혼은 지극히 상업적인 행위다. 다시 말하면 나의 외모, 능력, 성격 등이 평가된 나의 가치로 이성을 구입하는 행위라는 것이다. 잔인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그것이 현실이다. 나의 가치가 100원인데 1000원짜리 이성을 만날 수 없고, 나의 가치가 1000원이면 100원짜리 이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나는 다르다.’고 할지 모르지만 결국은 그렇게 된다.
얼빠란 100원의 얼굴을 가지고 1000원의 얼굴을 가진 이성을 좋아하는 일이다. 어떤 마켓을 가도 100원을 가지고 1000원짜리 물건은 살 수 없다. 만약 100원을 내고 1000원짜리 물건을 받았다면 의심부터 해야 한다. 그 물건은 1000원짜리가 아니거나 주인에게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얼빠의 흔한 스토리는 다음과 같다.
1. 이용당하는 케이스.
이 케이스는 상대방이 얼굴이 잘 생기고 예쁜데 나를 좋아한다고 착각하는 경우다. 나는 연애라고 생각했는데 상대방은 인조이일 가능성이 많다. 상대방은 그저 내가 주는 선물이나 돈, 스킨십 때문에 만나는 것이지 진지한 연애나 결혼을 위해 만나는 것은 아니다. 그래서 단물만 다 빨리고 그 사람은 결국 다른 사랑을 찾아 떠나는 결말로 끝이 난다.
2. 혼자 짝사랑하는 케이스.
이 케이스는 끊임없는 희망 고문으로 자신을 괴롭히는 경우다. 짝사랑이라는 것을 자신도 알지만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기웃거리게 되고, 1000원짜리 얼굴을 쟁취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어릴 때는 한 번쯤 해 볼 수 있지만 나이가 들어서도 그렇다면 문제가 된다.
3. 껍데기만 화려한 케이스.
상대방이 얼굴‘만’ 잘 생기고 예쁜 경우다. 얼굴은 1000원의 가치가 있지만 성격이나 내용물은 별 볼 일이 없다. 처음에는 얼굴 때문에 호감을 느껴서 시작하지만, 만나다 보면 100원도 안 되는 가치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 얼굴만 번지르르하지 성격이 안 좋거나, 능력이 없거나, 다른 큰 단점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된다. 일찍 발견하면 좋겠지만 경험이 없는 경우에는 발견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얼빠는 대부분 불행으로 끝이 난다. 적절한 거래가 아니라 한쪽으로 치우친 거래이거나 사기이기 때문이다.
만약 얼굴이 잘 생기고 예쁜 사람과 잘 된다고 하더라도 나머지 900원에 대한 가치를 지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나만 끊임없이 무언가를 해 줘야 하거나, 상대방의 잘남을 위해 희생을 감수해야 하거나, 혹은 얼굴을 보고 꼬이는 파리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기도 한다.
그래서 연애나 결혼은 서로 비슷하게 주고받는 것이 가장 속 편하다는 사실을 뒤늦게 깨닫는다.
*얼빠 : 얼굴 잘 생기고 예쁜 것만 보는 사람(얼굴 빠돌/빠순이).
*개취 : 개인의 취향.
*감 놔라 배 놔라 : 남의 일에 이래라저래라 간섭하는 것.
*인조이 : Enjoy. 가볍게 즐기는 관계.
**사진 : 픽사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