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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May 30. 2023

좋아하는 일을 해야 하는 매우 그럴듯한 이유


의대 몰빵인 사회에서 단계를 밟아 의대에 들어가서 평생 의사를 하는 인생과 수입이 불안정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인생 중에 선택하라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단, 좋아하는 일이 있다는 가정하에)


둘 다 장단점이 팽팽하게 대립한다. 사회에서 보장된 직업을 갖는 것은 여러모로 유리하다. 위험에 노출될 염려가 없고, 내가 천수를 다하는 날까지 안정된 삶을 누릴 가능성이 높아진다.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지 않는다는 것도 생각보다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 돈을 벌어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취미로 할 수도 있고, 직업으로 좋아하는 일을 하게 될 때의 어려움을 느끼지 않아도 된다. 좋아하는 일도 계속 하다 보면 ‘일’이 되어 버리고, 보상이 없다면 쉽게 지치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모들이 자녀를 초등학생 때부터 의대에 보내기 위해 공부를 시키고, 본인도 의사라는 직업을 좋아하지 않지만 의대에 들어가서 공부를 하고, 졸업을 해서 계속 환자 보는 일을 하다가 인생을 마감하기를 원하는 것도 이해는 간다. 그러면 그 인생은 의사라는 직업을 위한 인생이었다고 할 수 있겠지.




인생에 있어 좋고 나쁨은 판단하기가 어렵다. 특히나 인생의 목적과 관련된 것이라면 더더욱. 인생은 발생부터가 선택이 아니라 주어진 것이고, 인생의 목적이란 애초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무엇을 하든 개인의 만족이고, 시간은 갈 것이고, 선택의 몫도 오로지 자신에게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번 생각을 해 보자. 태어나고 자라면서 나만이 가진 특성이 있을 것이고 나의 선호도도 어느 정도 형성이 될 텐데, 사회의 시선에 따라 안정적이라는 이유만으로 한 번뿐인 나의 인생을 그렇게 허비한다는 것이 과연 내 인생에 대한 예의일까. 의사는 환자를 성실히 치료하는 직업인데, 자신이 그런 일과 맞지 않는다면 비록 돈으로는 보상을 받을지 몰라도 인생은 누구에게 보상받아야 할까.


반대로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가정해 보자. 세상에서 알아주지 않고 돈벌이도 되지 않아 생활고에 시달리면, 좋아하는 일을 한다고 해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런데 그렇게 한번 살아보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잘 먹고 편안하게 사는 것을 행복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반대로 힘들게 나만의 인생을 살다가 가는 것도 행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러다가 어느 정도의 성취를 이룬다면 금상첨화고, 성취를 이루지 못한다고 하더라도 내가 나를 믿고, 내가 나를 응원하고, 내가 나를 가치 있게 평가한다면 그것으로 충분하다.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잘 살다 가는 게 도리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잘 사는 것인지는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황금 같은 어린 시절을 학원에서 보내고, 꽃과 같은 청춘을 공부만 하고, 나만의 인생을 살 나이에 환자만 보다가, 나이가 들어서 가정은 이루고 돈은 모았지만 정작 내가 원하는 것들을 해 보지 못한 채 인생의 끝으로 다가간다면 과연 그것이 의미가 있다고 할 수 있을까.


우리는 200년 전에 살았던 어느 안정적인 의사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그림을 그렸던 빈센트 반 고흐를 기억하고, 100년 전에 살았던 돈 많은 지주를 기억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만의 생각을 글로 남겼던 윤동주를 기억한다. 어떻게 살지는 나 스스로 선택할 일이다.



* 사진출처 : 광주청소년삶디자인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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