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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Aug 29. 2023

나는 왜 행복하지 않을까?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다.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언젠가부터 사는 게 행복하지 않았고, 행복하다는 느낌조차 모르고 사는 사람도 많다. 왜 사는 게 행복하지 않을까.





행복은 매우 주관적인 것이다. 돈이 있어도 무조건 행복한 것도 아니고, 직업이 좋다고, 결혼을 했다고 혹은 결혼을 하지 않았다고 행복한 것은 아니다. 같은 조건이라도 오늘은 행복하다고 느끼다가 내일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는 것이고,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데 본인은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수도 있는 것이다.



요즘은 우울증도 많기 때문에 행복하지 않은 이유로 우울증을 꼽을 수도 있다. 하지만 우울증은 행복하지 않은 원인이라기보다는 오히려 결과물인 경우가 많다. 이러저러한 상황 때문에 행복하지 않게 되고, 그런 상황이 지속되면 우울증으로 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부모님의 이혼이 내 삶에 생각보다 많은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고, 거듭된 실패나 환경의 불안정함, 사람에 대한 상처가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게 되는 이유를 제공한다.



모든 것이 좋아 보이는 사람도 행복하지 않을 수 있다. 직업도 좋고, 능력도 있고, 배우자와 아이도 있고, 돈이 없는 것도 아닌 사람인데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낄 수 있다. 겉으로 볼 때는 상대방의 조건만 보이기 때문이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조건으로는 그 사람을 다 알지 못한다. 그 사람으로 살아본 것이 아니기 때문에 막연하게 행복할 것이라고 또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추측하지만 행복은 그 사람만 느끼는 감정이기 때문에 추측이 틀릴 가능성도 많다.



어쨌든 본론으로 들어와서 ‘왜 사는 게 행복하지 않은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해 보겠다.



나도 언제부턴가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고 느낀 것 같다. 그 언제가 언제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어떤 시점부터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고 느꼈다. 내가 직업이 없는 것도 아니고, 집도 있고, 차도 있고, 결혼도 했고, 외모나 능력이 다 빻아진(?) 것도 아닌데 왜 나는 행복하지 않을까. 우울증이 있어서일까. 아니면 사는데 맞지 않은 사람인가?라는 생각도 해 봤다. 내 주변 사람에게 이런 이야기를 하면 그 반응은 백 프로 다음과 같다.



‘네가 왜 행복하지 않냐, 가진 게 많고 능력도 있는 사람인데 복에 겨웠다, 뭐가 부족해서 그러냐, 밖에 나가봐라 쉽지 않다.’라는 반응.



맞는 말이다. 결국 본인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지금 상황에 만족을 못해서일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면 자꾸만 다른 사람과 비교를 하기 때문.



내 월급이 200만 원이라고 한다면 그걸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다른 데로 가면 250을 받을 텐데.. 다른 사람은 300을 받던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같은 직장 내에서도 ‘나는 이만큼의 일을 하고 200을 받는데 저 사람은 놀면서 200을 받네.’라는 생각이 들고, 어디를 가나 나보다 뛰어난 사람, 나보다 잘난 사람이 눈에 밟히는 것이다. 결국 내 상황을 보면서 사는 것이 아니라 남을 쳐다보며 내 인생을 사는 꼴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는 행복할 수가 없다. 나는 노력해서 천만 원짜리 차를 겨우 샀는데 다른 사람은 1억짜리 차를 쉽게 사고, 나는 집도 없는데 어떤 사람은 몇십억짜리 집에 사는 것을 본다면 득도한 사람이 아닌 이상 비교를 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분명히 나도 예전보다 사는 것이 '나아졌'지만, 다른 사람들은 사는 것이 ‘훨씬 나아졌'다면 나는 행복하지 않다고 여길 가능성이 많다.





사는 게 행복하지 않다고 느끼는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할까. 사회는 바뀌지 않을 것이고, 나보다 잘난 사람은 항상 있을 것이고,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은 많을 것이기 때문에 결국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 즉 ‘행복은 주관적이다.’는 사실로 다시 귀결이 된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기 때문에 내가 나에게 맞는 곳으로 찾아가거나 내가 가진 조건에 만족을 하면서 살아야 한다.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기 때문이다. 직장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면 직장을 옮기거나 아니면 직장을 옮겨서 ‘내가 다니는 직장이 더 좋았구나.’ 깨달아야 하고, 가족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면 가족과 떨어져 지내거나 가족에 대해 지나치게 신경을 쓰지 않아야 한다. 우울증 때문에 행복하지 않다면 우울증의 원인을 찾거나 치료를 받아야 하고, 결혼을 못해서 우울하다면 결혼을 하려고 노력하거나 결혼을 하는 것도 마냥 좋지 않음을 깨달아야 한다.



다른 사람이 명품 백을 사든지 말든지, 좋은 직장을 다니든지 말든지, 집이 얼마나 올랐든지 간에 나는 그 사람의 인생을 살 수 없고 나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 내가 가진 이 시간이 귀한 것을 알고, 몸이 성한 것을 고맙게 여기고, 큰일이 생기지 않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해야 한다. 내가 부러워하는 그 사람도 내가 모르는 안 좋은 일이 있어 행복하지 않을 수 있고, 좋은 집에 사는 저 부부도 잦은 부부 싸움으로 피폐해져 있을 수 있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다. 빵 한 조각으로도 행복할 수 있고, 샤넬 가방으로도 행복이 채워지지 않을 수 있다. 나는 불우한 가정환경 때문에 우울증이 생겼다고 하지만 나보다 훨씬 좋은 가정환경에서 오히려 더 심한 우울증으로 고통받는 경우도 많다. 좋게 생각하고 살아도 짧은 인생이다. 행복하지 않게 살기엔 너무 아까운 시간들이다.     





* 사진 : 픽사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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