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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Aug 01. 2023

태국에 와서 해탈에 이르다

타이마사지를 받고 해탈에 이르다 - YouTube


더 이상 욕구가 없는 상태. 마음의 번뇌가 없고, 육체를 초월한 상태. 나는 태국에 와서 해탈을 하였다. 몇 시간 동안 잠깐의 느낌이지만, 괴로움이 없고, 바라는 것도 없고, 과거와 현재, 미래라는 시간에 의미가 없는 느낌. 고차원적인 것이 아니라 천박할 수 있는 단계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열반이 마치 이런 상태이지 않을까 하는 시점이 찾아왔다. 바로 타이 마사지를 받고 나서였다(물론 그게 전부는 아닐 것이다).


나를 해탈하게 해 주신 마사지사님


어떻게 보면 온전히 내가 수행을 해서 얻은 경지가 아니라 마사지라는 다른 사람의 희생으로 촉발된 상태였기 때문에 그분에게는 미안함이 앞서지만 나는 비로소 모든 욕망과 집착, 육체로부터 해방되었다. 먹고살아야 하는 한 인간의 손길을 통해 이른 해탈의 경지. 참 아이러니했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습하고 텁텁한 공기를 마시며 아무런 생각 없이 걷고 있는데 와이프가 괜찮냐며 물어왔다. 안 괜찮을 것이 무엇이며 괜찮은 것은 또한 무엇인가. 와이프는 마사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였다가 예쁜 경치를 휴대폰으로 찍었다가 하였지만 나는 무념무상, 더 이상 바라는 것도 원하는 것도 그 어떤 불편한 것도 없이, 내 발로 바닥을 걷는 것이 아니라 무중력의 공간에서 걷는 모양만 취하는 것 같은 경지에 이른 것이다. 내가 힘들어하고 욕심냈던 모든 일에 아무런 의미가 없었고, 감각을 느끼고 살아 있는 내가 내가 맞는지, 나와 세계의 그 어떤 구분이 실제로 있는 것인지도 모르는 상태가 되었다. 그 순간 해탈이라는 불교 용어가 떠올랐고, 굳이 인간의 언어로 말하자면 해탈이나 열반과 비슷한 상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잠깐 방에 들렀다가 호텔 라운지로 올라갔다. 좋은 음식과 와인, 분위기가 더해지자 나는 그 상태를 좀 더 오래 유지할 수 있었다. (돈을 지불하고 구입한 시간이기 때문에 다시 한번 아이러니했지만) 돈이나 재물도 별 의미가 없게 느껴졌다. 인생사 모든 것이 덧없지만 그것이 부정적이게도 긍정적이게도 느껴지지 않고 ‘그냥 그것이 그런 것(?)’이라는 말로밖에 설명이 되지 않았다.


와이프는 내일도 같은 사람에게 또 마사지를 받고 싶다며 타이 마사지를 다시 예약했다. 호텔에서 받는 몇십만 원짜리 마사지는 마사지도 아니었다. 둘이 합해 7만 원 정도인 마사지였지만 나 또한 지금껏 받은 마사지 중에 제일 괜찮은 것 같았다. 그 말은 곧 돈이 중요하지 않다는 또 아이러니한 결론에 이른다. 마사지샵만의 문제도 아닌 것 같았다. 같은 마사지샵의 다른 사람에게 받았더라면 그렇게 느끼지 못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어쨌든 우리는 이번에 받은 타이 마사지에 매우 만족했고, 나는 타이 마사지를 계기로 해탈의 경지를 잠시 맛보았고, 우리는 오늘 받은 그분들을 원한다며 코멘트를 남겼다.     


(2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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