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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썰티마커 SALTYMARKER Aug 08. 2023

태국 2편


태국이 세계의 대표 여행지가 된 이유는 맛있는 음식, 다양한 즐길 거리, 값싼 물가, 좋은 호텔 등이 있다. 물론 이번에 와 보니 물가도 많이 올랐고, 여행지나 즐길 거리도 예전만큼의 임팩트는 없었지만 아직 한국보다는 여행객들이 많이 찾는 나라다. 하지만 그 여행의 이유라는 기저에는 심한 빈부격차라는 현실이 자리 잡고 있다.



빈부격차가 크기 때문에 물가가 싸고, 물가가 싸기 때문에 같은 값에 좋은 음식이 나오는 것이고, 그래서 호텔도 좋은 시설과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것이고, 마사지도 원하는 대로 받을 수 있는 것이다. 예전보다는 오토바이도 줄었다고 하지만 여전히 도로를 보면 오토바이가 많고, 고급 승용차 옆으로 지나가는 에어컨도 나오지 않고 창문이 활짝 열린 허름한 빨간 버스 안의 승객들을 보면 빈부격차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잘 사는 사람들은 온갖 좋은 것을 다 누리지만 돈이 없는 서민들은 한 달 뼈 빠지게 벌어 봐야 한국 돈으로 몇십만 원을 겨우 받아 가는 것이 현실이고, 여행객들은 그런 빈부격차 덕에 값싸게 좋은 것들을 누린다.


세계 빈부격차를 보면, 물론 아프리카의 국가들이 높은 순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태국도 지니 계수 34.9로 빈부격차가 큰 편에 속한다. 지니 계수를 보지 않더라도 호텔은 1박에 50만 원인데 조금만 거리를 나가면 음식을 몇천 원에 맛있게 먹을 수 있고, 호텔 마사지가 20만 원이라면 호텔 밖을 나가면 1~2만 원에 좋은 마사지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여행객들은 피부로 느낀다. 거리에는 여전히 못 사는 사람과 잘 사는 사람이 확연하게 구분되고, 좋은 건물과 허름한 건물이 한눈에 구분된다.


* 참고로 2023년도 세계 빈부격차 자료를 보면 한국은 지니 계수 31.4, 일본 32.9, 중국 38.5, 인도 35.7, 미국 41.4, 멕시코 45.4, 스웨덴 30, 핀란드 27.3이다. 미국이 생각보다 높고, 한국이 생각보다 높지 않다는데 놀랐다. https://worldpopulationreview.com/country-rankings/wealth-inequality-by-country



여행을 하는 입장에서 문화적 차이를 느끼고, 맛있는 음식을 먹고, 좋은 호텔을 이용하면 그뿐이지만 그 나라 사람들의 현실이나 빈부격차를 보면 그리 유쾌하지만은 않다.


이번 태국 여행은 쉬는 것이 위주라서 투어도 많이 신청하지 않았는데 유일하게 신청한 것이 왕궁 투어였다. 가이드는 현지 사람으로 2년 만에 배운 한국어로 설명을 해 주었는데 그 말투에서 ‘우리는 못살고, 너희는 잘살지 않느냐.’가 묻어 있어 안타까웠다. 태국 사람들의 출퇴근, 임금, 빈부격차의 이야기를 들으면 한국에서 이만큼 사는 것도 참 복이다 싶다. 만약 내가 태국의 못 사는 가정에서 태어났다면 얼마나 삶이 각박했을까. 새벽 네 시부터 일어나서 매연을 마시며 사람으로 빽빽한 버스를 타고 출근을 해서 하루 종일 일을 해도 몇 푼 받지 못하고 퇴근하여 잠을 자고 다시 아침 일찍 출근해야 하는 생활의 반복. 꿈이나 희망이라는 것이 얼마나 있을 것이며 미래라는 것이 그려질까. 외국인들은 좋은 호텔에서 자고, 돈을 많이 쓰는 것이 눈에 보이고, 마사지가 싸다며 매일 같이 받고 서민들 하루 일당의 1/3 정도 되는 돈을 팁으로 주는 것이 눈에 뻔히 보일 텐데 말이다.


내가 마사지를 받고 해탈의 느낌을 느끼면서도 한 편으로 미안함이 앞섰던 것은 바로 이런 배경이 작용했던 것 같다. 그나마 좋은 마사지샵에서 근무를 하지만 하루 종일 마사지를 하면 왜 힘들지 않겠는가. 편하게 마사지를 받으면 그만이긴 하지만 눈에 충혈이 되어 있고, 표정에서 웃음기가 빠져 있는 그 얼굴이 보이지 않을 리가 없고, 내가 안마를 해 드려야 할 연세 많으신 분이 내 발을 주무르고 있는데 마음이 편할 리가 없다. 예전에는 태국이라는 나라가 신기해서 여행을 하고, 한국에서는 싸지 않은 태국 음식을 원도 없이 먹고, 여러 볼거리와 놀거리로 즐겼다면 이제는 한 나라의 국민으로서 태국이라는 나라를 바라보게 되고, 한 인간이라는 입장에서 그 나라 사람들을 바라보게 된다.


사는 것이 과연 무엇일까. 왕은 자기가 잘나서 된 것도 아니고 그냥 태어났을 뿐인데 화려한 건물과 값비싼 대접을 받으며 평생을 살고, 일반 서민으로 태어난 사람은 평생을 모질게 노력해도 매연과 싼 밥그릇에서 벗어날 수 없는 이 현실. 과연 같은 땅에서 천차만별로 살아가는 이 ‘사는 것’이란 과연 무엇인가. 이런 현실이 눈앞에 있는 이 세상은 과연 행복한 세상일까. 이런 빈부격차와 불평등을 피부로 항상 느껴야 하는 이 지구는 과연 살 만한 곳일까. 인간은 무엇이며, 인생은 과연 무엇일까. 태국에서 조용히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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