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겐 5살 된 딸이 한 명 있다.
육아를 하면서 많은 일들이 있다.
5세 전후의 미취학 아동의 육아란 그 나이대의 아이를 둔 부모라면 그리고 어린이집과 유치원 선생님들이라면 다들 공감하실 것이다.
자기 이름도 근근이 적고 틀리기도 하고 글을 적는 순서도 뒤죽박죽인 이름을 쓰는 건지 이름을 그리는 건지 모를듯한 나이. 세상의 편견이 없이 자기감정에 충실한 나이.
그런 나이이기에 구김 없이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있고, 그 눈을 통해 나오는 행동과 말에서 삶의 지혜를 깨닫게 된다.
사실 많이들 지나갈 것이다. 육아를 대부분 처음 하는 부모의 입장에서 아이가 하는 대답과 행동이 내 생각과 일치한가를 먼저 생각하고 그에 따라 훈육을 하니 부모의 생각을 강요할 때가 많다.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이것과 저것 중에 어떤 게 더 좋아?', '이건 하면 안 돼!', '이거 해!' 육아와 훈육을 하다 보면 많이들 하는 이야기다. 부모로서 사회도덕적으로 어떤 것이 맞고 어떤 것이 틀린지, 어떤 행동이 나쁜 행동인지를 규정하고 훈육하는 것은 바람직 하지만, 아이는 그것을 곧잘 따라 하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행동한다.
"'메롱'하는 건 나쁜 행동이야!"라고 이야기를 하지만, 정작 아이들은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메롱 메롱을 외친다. 하지 말라면 더 들으라는 듯이 행동하기 시작한다.
그러면 또 부모는 훈육하며 큰소리치기도 한다. 결국에 아이가 울면 속상해하면서 말이다.
어느 날 문득 책을 읽다가 '질문의 힘'이라는 제목을 보았다. 그러고는 주변을 둘러보니 딸아이가 보이고 딸이 하던 이야기들이 머릿속을 번쩍 강타했다.
이게 좋아 저게 좋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같은 질문에 항상 '둘 다.'라고 대답하던 딸아이가 달라 보이게 되었다. 어쩌면 우리는 좋아한다는 것에 경중이 없는 것이 궁극적인 좋아함이 아닐까? 내가 좋아하는 것도 순서를 새우고 경쟁할 것이 아니라 좋으면 그냥 다 같이 좋은 경쟁과 시기, 질투, 다툼이 없는 '좋다'라는 감정만이 포근히 감싸는 좋음. 우리가 삶을 살아가며 무한경쟁사회에서 순위다툼을 매일 하다 보니 많은 것들에 순위를 매기고 살아가는 것은 아닐까? 꼭 그렇게 순위를 나눠야 할까? 하는 고민을 하게 된다.
살다 보면 우선순위를 정할 수밖에 없다. 우리의 시간은 유한하고 많은 것을 해야 하는 사회에서 24시간을 쪼개어 각자 중요한 것부터 해나가는 것이 필요불가결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모든 것에 순위를 정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우리의 삶을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해 불필요하게 순서를 정하고 경쟁하듯 비교하는 것을 줄일 때 삶에 조금씩 여유와 또 다른 행복이 찾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