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기로운 격리생활

브뤼셀 공항에서 우리 집 까지

by 허이란

브뤼셀에서 8명이 비행기를 타고 나의 경유지인 암스테르담으로 도착했다. 보통의 공항 분위기와 다르게 공항 안은 적막 속에 음악이 흘러나오고 몇몇 상점들은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9시간의 여유로운 경유 시간동안 공항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다 지쳐 공항 2층에 안락의자가 모여있는 구석에서 눈을 붙였다. 옆자리의 영상통화를 하는 남자와 뒷 자리 커플의 아이가 내는 소리에 잠을 깼다. 나는 다시 배낭과 작은 여행용 가방을 이끌고 내려가 게이트 근처에 자리를 잡았다. 이미 먼저 자리를 잡은 여행자들이 몇몇 앉아 있었다. 나는 창가에 걸터앉아 맥주를 마시는 이들을 따라 가까운 가게에 가 하이네켄 한 캔을 집어들고 자리로 돌아와 들이 마셨다.

'네덜란드에서 하이네켄은 마셔줘야지.'

벨기에에서는 쳐주지도 않는 공장 맥주이지만 이 곳에서 먹는 것도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그 맥주도 목 안에 시원하게 감겼다. 이렇게 저렇게 시간을 때우다보니 탑승시간이 됐다.

며칠 전 부터 내려온 항공사에 지침에 따라 먹는 시간 외에는 마스크 착용이 필수여서 비행시간 내내 마스크를 하고 있었다. 밤 9시 25분, 비행기가 아직 탑승하지 않은 미스테리 승객들 덕에 출발이 지연됐다. 항공사에서 미리 준비해둔 간식들을 구경했다. 귤 2개, 작은 초콜렛과 사탕들, 와플과자, 물티슈가 들어있었다. 나는 귤을 하나 까먹으며 출발을 기다렸다. 마침내 기장은 '굿뉴스'라며 모두가 탑승하여 출발할 수 있다는 소식을 전했다.


드디어 이륙이다.


이제 드디어 집으로 가는구나. 무엇이 나를 기다리는지 모른채. 떠나지 않았어도 알지 못하는 것이 우리의 미래인데 새삼 떠나는 날 지금도 1초 2초 지나가고 있는 미래의 시간이 거대한 모습으로 내 옆에 붙어 지나가는 것 같았다. "떠나려니까 기분이 이상해" 라는 나의 말에 친구의 답이 돌아왔다. "새로운 것들을 찾게될거야. 네가 떠나고 남기고 간 것에 대해서는 생각해서는 안돼." '그렇지. 새로운 만남, 새로운 일들이 기다리고 있을거야.'



떠나기 이틀 전, 나는 결국 울고 말았다. 무엇때문에 울었을까. 두고간 헤어지는 사람들? 다시 못 돌아올 것 같은 예감? 휴학을 하는 것의 아쉬움? 슬픔의 감정으로만 설명하기에 부족했다.무엇이었을까.



10시간의 비행은 생각보다 길지 않았고, 어느새 사람들은 도착시간이 다가오자 부스럭부스럭 분주한 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15시. 늦어진 출발 탓에 연착이 되었다. 공항에 도착하니 거쳐야 할 과정이 많았다. 검역소를 거쳐 증상확인, 연락처 확인, 핸드폰 자가격리 어플리케이션을 설치확인, 세관을 거쳐 방역복을 입은 남자들 안내와 경찰들의 확인을 거쳐 집으로 귀가했다.


하루 만에 바뀐 도시 풍경이 갑작스럽지만 친숙했다. 도시에 즐비한 빌딩들, 여전한 전광판들, 전봇대의 전깃줄, 큰 도로의 차들, 돌아다니는 사람들의 모습도 내가 익히 아는, 알고 있다고 생각하는, 모습이다. 예전에는 막연하게 사랑하지 못했던 나의 집이, 있다는 것만으로 충분한 곳이 되었다. 그래, 무엇이 됐든 사랑하자. 충분히 사랑하며 살자. 나도, 내 가족도, 내 친구도, 내 옆에 그 사람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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