틈
요즘 시간이 많이 있다보니 그 시간을 잘 활용하려고 애를 쓰는 편이다. 수업을 준비하거나, 책을 읽거나, 운동을 하거나, 공부를 하는 듯 손해보지 않도록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 당연히 생각처럼 쉽지는 않다. 그래도 하루에 해야할 일을 정해놓고 꼭 해야할 일은 하려고 하는 편인데, 어느새 인터넷을 이용하다보면 이리저리 시간이 새는 것을 아마 다들 경험할 것이다. 그리고 참으로 이상하게도 시간을 잘 쓰려고 하면 할 수록 불안을 느끼기도 한다.
그리고 생각했다. 내가 정말 온전히 편안함을 느낄 때가 언제지? 분명 그럴 때가 있는데, 그런 시간을 만드는 것이 왜 점점 어려워지는 걸까하고 생각하는 하루였다. 예전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불안하게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이제 보니 꼭 그런 것도 아니다. 아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훗날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가에 대해 확신이 없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그러니까 지금 하고 있는 '액션'에 확신이 없으니 그 일에 집중을 하지 못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일이었을 것이다. 그저 누군가 해야할 일이라고 정해주지 않으면 뭘 할 지 모르던 나를 몇 달 전 군산 여행에서 발견했다.
그리고는 별안간 찾아 온 편안함. 그것은 다름 아닌 손톱을 정리하면서였다. 그저 손톱깎이를 들고서 손톱 주위에 난 큐티클을 제거하려 했을 뿐인데 나는 그 일에 무진장 집중을 하고 있었던 거다. 이건 뭐지. 또 다시 생각이 시작된다. 나는 아마 '큰 일'이라고 지칭될 수 있는 어떤 일련의 일들만 가치있다고 느끼는 걸까. 어떻게든 의미있는 일로 시간을 꾸역꾸역 채우려고 하던 불안증에서 고작 소톱 주위에 난 살을 정리하는 작은 틈으로부터 안도감을 느끼고 새삼 놀라게 된다.
그래, 별 것 아니라고 생각되는 것들도 모두 유의미하지. 다 이유가 있지. 무슨 큰 일을 하겠다고 지금 지나가는 작은 순간들을 보지 못하는 거니. 또 한번 머리를 맞은 듯 정신이 바짝 차려진다. 이것은 잠자기 불과 몇 시간 전. 어제는 나의 가까운 사람들에 대한 소중함을 느끼더니 나의 작은 행동에도 다시 같은 가치가 부여된다. 횡설수설 두서없지만 오늘은 그저 오늘 밤 모든 사람들이 평안한 밤을 보낼 수 있기를 바라는 그런 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