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보람

과거니까 쉬운 이야기

by 웬디

별 거 없고 심심한 내 삶에도 나름 지독한 시간들이 있었다.


참 이상한 일은, 럼에도 내가 그 시간들을 나름 가치 있게 여긴다는 것이다. 비록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일지라도 그 시기의 나를 어느 면에서는 자라게 했다고 생각하므로.


문제를 잘 해결해서 레벨 업 했다는 뜻은 아니다. 아마 그 때와 같은 문제가 지금 생긴다면 나는 세월이 무색하게도 그 때와 비슷한 행보를 보일 것이다. 비슷은 무슨. 더 나빠지지 않으면 다행일지도. 다만 그 시간을 견뎠던 바보 같은 시간이 나를 조금은 더 나은 존재로 만들어줬다는 것을 믿는 것이다. 근거는 없다. 그 시간을 견뎌온 존재로서 그 시간을 다만 그렇게 평가할 뿐.


물론 과거의 그 일이 현재진형행이던 시절엔 때마다 한탄하곤 했다. 세상은 왜 이렇게 나를 성장시키고 어 안달인지 모르겠다고. 는 그만 크고 싶다고.


당장 내일이라도 새로운 문제 앞에 서면 나는 또 그럴 것이다. 서지 않고 빙 돌아가고 싶을 것이다. 숨고 싶고, 도망 가고 싶을 것이다.


과거니까 얘기가 쉬워지는 건, 맞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주객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