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너스 Ep- 이혼하지 못하는 마법사, 계약 해지 완료
“……그래서,
우린 지금도… 아직 결혼 상태라는 거네?”
미나는 이마를 짚었다.
눈앞의 마법사는 여유롭게 미소를 짓고 있었다.
“계약상으론 그렇지.
정확히는, ‘감정 정리 마법’이 완료되지 않아 이혼이 보류 중.”
“…그 설정, 내가 썼다고?”
“응.
‘이혼을 못한 채 계약만으로 엮인 마법사 커플이 던전에서 트랩에 갇혀 벌이는 감정 정화 코믹 판타지.’
너무 정교하게 써놔서, 우리 둘은 지금까지도 못 나가는 중.”
“…와 씨…”
미나는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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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하지 못하는 마법사』는
그녀가 7년 전쯤 써놓고 도중에 푹 빠졌다가 그대로 내팽개친 문제작이었다.
당시엔 마법과 연애, 계약과 감정선,
그리고 ‘어른들의 대화’ 같은 걸 멋있게 넣고 싶었지만—
결국은 “감정 정리가 귀찮아서” 포기했다.
작가가 감정을 안 정리했더니
캐릭터들이 현실처럼 이혼도 못 하고 세계에 갇혀 살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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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넌 지금도 날 좋아하고 있다는 거야?”
미나가 눈썹을 찌푸리자,
남자는 뻔뻔하게 말했다.
“그걸 지금 말한다고 이 세계가 클리어되진 않지.
네가 날 이해하고,
나도 널 놓아줘야
그때야 비로소 ‘감정 마법 계약’이 해제되는 구조니까.”
“…설정을 왜 이렇게 복잡하게 해놨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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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시스템 알림이 떴다.
[감정 클리어 퀘스트 발생]
‘전 남편의 속마음을 듣고, 미련을 인정할 것.’
보상: 던전 해방 / 감정 찌꺼기 제거 / 체력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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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는 한숨을 쉬며 고개를 들었다.
“좋아, 그럼.
한 번 속마음 들어볼까?
단, 드립 치지 말고 진심만 말해.”
“…알았어.”
그는 진지한 표정으로 말했다.
“…나는, 사실 네가 날 다시 꺼내줄 줄 몰랐어.”
“……?”
“너한테 난 그냥, 폐기된 감정 중 하나였을 줄 알았거든.”
“……하.”
미나는 순간, 웃음이 났다.
웃픈 느낌.
실제로 자신도 그를 설정해놓고 지우는 걸 너무 가볍게 여겼던 것 같았다.
“…미안.
근데 지금은—
네가 이 세계에서 자유로워지길 원해.”
“…그럼 이혼서류 쓰자.”
“…마법식으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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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 정리율 100% 달성]
[계약 해제 완료]
[던전 클리어 – 꿀맛 던전]
틴커벨이 등장했다.
요정 특유의 화사한 효과와 함께 손을 흔들며 외쳤다.
“감정 찌꺼기 제거 완료!
카르마 +10!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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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는 가볍게 손을 들어 작별 인사를 건넸다.
“잘 살아.
진심이야.”
“응.
이제 나도 다른 이야기 속에서 다시 태어날 수 있을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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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사라지고,
고요해진 방 안.
책장에서는 다음 게이트가 천천히 빛나기 시작했다.
『회귀한 여왕은 은퇴를 꿈꾼다』
이번엔—
단순한 감정 정리가 아닌,
미나 스스로의 완벽주의와 직면해야 하는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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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나는 씩 웃으며 중얼거렸다.
“이혼도 했겠다,
이젠 은퇴 여왕이랑 싸울 일만 남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