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수집한 정보와 번역 쪽 경력이 8년 차인 선배에게서 들은 이야기, 그리고 필자가 직접 체험한 범위 내에서 번역가의 길로 입문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알면 좋을 5가지에 대해 전하고자 한다.
실제로 번역 업계에서는 ‘공인 자격증은 소용없다’는 주장이 대세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제공하는 민간자격 정보서비스에서 ‘번역’을 검색하면 모두 비공인 자격증이다. 물론, 이를 취득하느냐 마느냐는 개개인의 선택이겠지만 의사 결정에 참고하면 좋다. 오히려 많은 이들은 하루라도 빨리 에이전시(또는 번역업체)에 컨택하여 경력을 쌓는 것을 추천하기도 했다. 콩코디아 통번역 연구학회 연구소장인 앤드류 안(Andrew ahn)은 통역/번역 일을 하려면 자격증이 꼭 있어야 한다?라는 칼럼에서 “인증서나 민간 자격증 등 발급하긴 하지만 정작 통역이나 번역 일을 하려는 사람들에게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굳이 이런 시험에 목매달 필요가 없고, 실력을 검증받고 싶으면 일감을 얻을 수 있는 해당 기업이나 기관에 직접 검증받는 쪽이 훨씬 현실적인 방법이다”고 조언했다.
한편, 지난 3월 뉴스1의 기사인 100% 취업보장?…구직자 등치는 부실 민간자격증에서는 민간자격증 광고를 무작정 믿기보다 사이트를 통해 해당 자격증의 등록 및 공인 여부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자격증 취득 후 애초 약속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많으며, 100% 취업보장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이유에서다.
초벌 번역이라는 개념 자체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현재 필자는 전문가 수준의 번역을 요구하는 일을 하고 있다. 번역업체로 번역 일감을 보내면, 다음날 번역물이 도달하는데 결국은 편집팀에서 일일이 감수하는 시스템이 가동된다. IT, 기술에 특화된 콘텐츠이다 보니 업계에서 통상적으로 쓰이는 용어로 번역되지 않은 경우가 많다. 단순히 영어를 한국어로 옮겨 적다 보니 한국에서 쓰이는 메뉴명대로 쓰지 않은 경우도 부지기수다. 오역의 경우는 10% 미만으로 발생하는데, 사실 상당수의 부분은 한국에서 통용되는 문구로 표현하는 데 있어서 검수가 필요하다고 볼 수 있다.
이 같은 구조 때문에 번역업체 내부에서 1차 번역과 2차 전문가 수준의 번역을 진행한다는 것은 사실 어려운 요건이라고 본다. 그렇게 따지면 IT, 의학, 법률 등 모든 영역에 걸쳐 전문가를 갖추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클라이언트 회사 내부나 클라이언트가 몸담은 업계 기류에 따라 미묘한 표현 방식이 있는데 이를 번역업체에서 포괄하기는 사실상 어렵다.
초벌 번역. 그래, 그 시도는 좋다. 전문가의 작업 생산성을 높여주는 작업으로 본다면 그렇다. 그러나 초벌 번역가라도 해당 분야에 대한 기초적인 지식 없이 외국어를 한국어로 변환한다면 많은 오역과 표현상의 문제가 발생하고, 이럴 경우 검수 비용이 지수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이런 여러 가지 것을 고수해본다면, 초벌 번역만 염두에 두고 번역 업계에 입문하는 것은 개인의 경쟁력 차원에서는 별 소득이 없을 수도 있다.
그런 점 때문에 필자처럼 번역물을 제공하는 클라이언트 회사 직원으로 일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기도 한 부분이 있다. 어쨌든 최종 편집자는 클라이언트며, 콘텐츠 최종 저작권은 클라이언트에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 태어났으면, 자기 이름 정도 남길 수 있는 작업물을 어떻게든 만들어가야 하지 않을까. 물론 호흡이 긴 출판 번역은 당장은 어렵다. 그건 고도화된 경력 또는 기술이 필요한 부분이니까. 처음부터 이름을 건 작업물을 낸다는 건 어려운 일이지만, 방향성은 그렇게 가야한다는 뜻이다.
초벌 번역에 대해 쓴소리를 하는 책을 참고해봐도 좋다. 구글에서 ‘전문 번역 초벌 번역’을 검색하면 초보 번역가의 스스로 학습법이라는 이북이 검색되는데, 여기에서 강조 표시된 부분을 눈여겨보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