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랭클린 플래너는 부담..몰스킨 시리즈는 나중에 책쓸 때 활용할 것
기자를 하면 좋은 것 중 하나가 연말연시 다이어리 선물을 많이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기록을 워낙 좋아해 아직 다 쓰지도 못한 노트가 수두룩하다. 그렇지만 잉크 냄새가 아직 남아있는 신간 노트를 보면 늘 설렌다. 매번 그랬듯이 '이번에는 첫 장부터 끝까지 잘 써야지' 다짐하지만 단 한 번도 지켜본 적이 없다. 그래도 좋다. 빈틈이 없는 것보다는 있는 사람이 되는 편이 낫다.
지난해만 한 9~10개의 다이어리를 선물받았던 것 같다. 이중에서 프랭클린 플래너, NHN엔터가 준 '2016년 다이어리, '몰스킨' 노트를 언급해보고자 한다.
프랭클린 플래너 다이어리를 선물 받으면 심적 부담감이 상당히 크다. 매일 한 장씩 일정, 일과를 써내야 할 것 같은 넓은 공백이 내게 압박감을 준다. 365일마다 1장씩 쓰는 건 정말 어려운 일이다. 이제 모바일을 통해 일정도 관리하고 다이어리도 쓸 수 있는데 굳이 백팩 무게를 더하는 이 다이어리를 가지고 다니고 싶은 마음은 0%조차 없다.
지난해 일했던 회사에서는 연말마다 직원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구매해 직원에게 선물로 주고는 했다. 처음에는 정말 잘할 자신이 있었다. 그래서 손바닥만 한 크기의 포켓사이즈도 있었지만, 굳이 '큰 것’을 구매했다. 월간 다이어리와 일간 다이어리에 뭔가 내용을 채워나가다 보면 '생산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역시 "개풀 뜯어먹는 소리"였다.
모든 업무를 PC와 모바일에서 하는데 굳이 다이어리를 열어볼 시간도, 열어볼 이유도 없었기 때문이다. 메모지에 적은 일정이나 할일이 미뤄지면 또 다른 장에 기록해야 하는 일조차 부담으로 작용할 뿐이다.
2008년에 큰맘 먹고 프랭클린 플래너를 구매한 적이 있는데 그 이후로 내 돈 주고 사서 쓰지는 않는다. 나는 프랭클린 다이어리를 알차게 쓸 정도로 치밀한 인간이 아니란 것쯤은 이미 10년도 전에 간파했다.
지난해 엔씨소프트가 기자간담회를 개최하고 기자들에게 '프랭클린 플래너' 클래식 풀세트를 선물로 나눠줬다. 부담감 200% 커졌다. 포장지를 뜯을까, 말까 고민하다가 역시 뜯지 않았다. 나보다는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사람에게 전달해줬다. 아무튼, 이름도 부담스럽고, 무게도 부담스러운 다이어리다.
NHN엔터에 출입하게 되면서 2016년 신년 다이어리를 받았다. 한쪽 손바닥만 한 크기의 종이 상자를 풀어보니 거기에는 메모지, 달력, 다이어리 3종 세트가 들어 있었다. 딱 필요한 것만 갖추고 부피도 최소화했다는 것 자체부터가 마음에 썩 들었다. 그래서 현재 메모를 기록하는 제1노트로 사용하고 있다.
달력은 책상 앞에 놓기는 했는데 밖에서 일하는 시간이 상대적으로 길다보니 잘 사용하지는 않는다. 그래도 장식용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메모지는 한 장씩 쓰고 나면 뜯을 수 있는 구조다. 그날 날짜를 적어놓고 선배의 지시나 업무사항을 적어놓는다. 할 일 옆에는 박스를 그려놓은 뒤 해당 업무를 완료하면 체크박스 표시한다. 모든 업무를 완료하면 메모장을 찢어버리면 그만이다. FIFO(First in First Out) 형태로 업무를 처리하기에 좋은 방법이다.
다이어리는 연간, 월간 계획 섹션과 나머지는 1일 1쪽 메모지로 구성돼 있다. 프랭클린 플래너와는 달리 빈칸을 채워야 한다는 부담감이 없다. 그냥 메모지이기 때문이다. 업체를 만나 새롭게 얻은 정보를 그날 페이지에 적어놓기도 하고, 부족하면 앞장 또는 뒷장에 부담 없이 쓰면 된다. 단점은 1년짜리 메모 공간을 만드느라 상당히 두껍다는 것. 그래도 좋다. NHN엔터 대표 캐릭터나 페이코처럼 주력하는 서비스의 색깔을 입혀볼 만 한데 오히려 회사의 색깔을 묻히지 않아서 더 좋았다.
이 다이어리 뒷판을 봐야 NHN엔터가 만들었다는 사실을 확인해볼 수 있다.
몰스킨 노트의 특징은 모두 규격이 같다는 것. 에버노트 에디션이든, 회사가 단체 구매를 의뢰해 선물로 배포한 다이어리든 모두 사이즈가 똑같다. 한 5권 정도 모으면 책 여러 권 쓰기도 안성맞춤이다.
줄 간격이 좁다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이다. 다이어리 선물을 부러워하는 동기한테 "너 줄까?" 했더니 "괜찮아~"라며 손사래를 쳤다. 줄간격이 좁아 글씨를 작게 쓰는 것도 부담이고 뭔가 많이 써야 할 것 같다는 부담감이 클 것 같다는 이유에서다. 오히려 나는 작은 글씨를 선호하고, 뭔가 많이 적을 수 있는 다이어리를 선호한다. 그래서 이것도 내가 가졌다!
몰스킨형 다이어리를 '취재수첩’으로 활용하고 싶은 생각은 없다. 취재수첩 대용으로 이용하다 보면 날림 글씨를 쓰게 되고 단편적인 정보만 나열하게 된다. 몰스킨 다이어리에서는 깊이 있는 생각과 아이디어, 그림 등을 그려나가면서 앞으로 나의 꿈과 비전을 펼쳐보일 계획이다.
그래도 내 돈 주고 사서 쓰기에는 역시 좀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까운 생각도 든다.
'실제 사용'으로 이어지는 다이어리 유형
1. 브랜드 색깔이 지나치게 강조하지 않은 것
2. 메모 공간이 많은 것
3. 만년 다이어리 또는 줄노트
4. 부피가 얇고 휴대성이 좋은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