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습 기자의 일기 07
과거의 잘못을 다시한 번 반복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때도 그랬다. 처음 인턴 기자 생활을 한다고 했을 때도 이와 같은 답답함을 느꼈다. 내 생활, 내 가족, 내 라이프 패턴. 그 어느 것 하나도 내 마음대로 이끌어나갈 수가 없었다. 졸음과 피곤함에 압도당해 주말마다 쓰러져자기 일쑤였다. 먹는 것으로 스트레스를 해소하다보면 속은 더부룩해지고 정신적인 컨디션은 하루이틀 더 나빠졌다. 정신적인 히스테리가 내 육체마저 잡아먹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너무 괴로워서 더는 기자 생활을 할수 없었다. 사람답게 사는 것이 우선이었다. 내가 먼저 살고 봐야만 했다.
그리고 다시한 번 그 정신적인 압박감에 시달리고 있다. 그 어느 것도 내가 주체적으로 해나가는 것이 없고 그냥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내 의식의 흐름을 놓아버리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나 괴롭다. 그래서 공식적인 업무 시간이 아닐 때면 나는 잠을 통해 이 괴로운 일상에서 벗어나려고 애를 쓴다. 그리고 월요일이 다가오는 일요일 저녁이 될때면 머리카락을 죄다 뜯어놓는다. 또 한 주 시작이구나. 내가 나로서 살지 못하는 죽음의 시간이 다가오는 구나.
나를 가중하는 압박감. 그 압박감이 취재를 더 잘하고, 기사를 잘 써야 하는 문제라면 차라리 더 편할 것 같다. 인간과 인간 사이의 이해관계. 그리고 그 관계를 이용해서 취재를 하고, 정보를 캐고 압박하는 그 과정이 내게 주는 중압감과 스트레스가 너무나 괴롭다. 구역질난다. 그런 인간 관계가 신물이 난다. 그런데 그런 관계 속에 들어가야 한다. 잘 모르겠다. 그렇게까지 관계를 이용하면서까지 살아야 하나.
저 투명하고 반짝이는 눈으로 저 사람은 날 어떻게 판단할까, 나에 대해 무슨 생각을 할까….
끊임없이 의심하고, 단정하고, 판단하고, 생각하는 그런 관계와 그런 것 뿐인 관계. 한 면만 보고 누군가를 단정하고 평가하고 말을 전하고, 소문을 내는 그런 행태에 이골이 나고 회의감마저 든다.
대학시절때부터 상대방을 직접 겪어보지 않는한 누군가를 섣부르게 판단하고, 내 멋대로 "이사람은 이런 사람이다"고 생각하지 않으려고 노력했었다. 하지만 그런 내 의지와 달리 나에 대한 소문은 돌고돌아 언젠가 내 귀에도 들려오게 되고, 가슴에 비수를 꽂을 때마다… 내 판단이 잘못된 건가, 내가 그렇게 뭘 잘못했었나, 언제쯤 그런 것에 의연해져 나의 길을 갈 수 있을까 싶어진다.
타인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말하기 전에 일단 "나부터 잘하자"는 그런 가치관이 무너질 때마다 점점 더 '가면’뒤로 숨어야 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진실함이란 찾아볼 수 없는, 이해득실만 따지는 그런 관계.
엄마한테도, 아빠한테도 그 누구한테도 힘들다. 괴롭다, 말하기는 더더욱 어려워지고, 혼자서 그냥 끙끙 앓다가 괴로워서 죽을 것 같은데 당장 내 앞에 놓인 할일은 많고…. 정신적인 스트레스를 관리하지 못하는 내가 무능력한 건 아닌지 또한 번 물어본다. 답은 역시 나오지 않고 오늘도 내일도 괴롭다. 내가 힘들고 괴로울 땐 그 사람조차 내 곁엔 없었다. 늘 단 한 번도 필요로 할 땐 내 옆에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