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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만다 Apr 20. 2016

나는 기레기가 아니다

수습 기자의 일기 16

기자. 당연히 어디서나 환영받는 존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기레기(기자 쓰레기)'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보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걸 알고서는 솔직히 충격을 받았다.


자료나 받아쓰는 사람, 돈이나 받고 기사를 쓰는 사람, 정보유출해가는 사람…..  


어느 날 오후 모르는 번호로 전화 한통이 걸려왔다. 처음에는 무시했다. 스팸이거니 했다. 바로 다시 전화가 왔다. 우체국 아저씨인가?


내 신원을 확인한 그는 다짜고짜 "아니 왜 우리 사업 정보를 유출해서 기사 쓰고 그래요?"라고 쏘기 시작했다.


그는 내 말은 들어 보지도 않고 자기 입장과 생각에 대해서만 줄줄이 나열하기 시작했다. 머리속 기억에 따라 대화 내용을 더듬어본다.


"우리 홍보 담당자랑 여러 번 통화한 걸 알고 있는데요. 우리 쪽에서 정보를 얻어 갔으면서 우리 이름은 싹 빼고 어떻게 기사를 쓸 수 있냐구요. 괜히 염탐하듯이 전화해서 왜 정보를 빼가냐구요, 왜." "대기업들한테 자료 받아서 기사쓰는 거면서 왜 자꾸 우리한테 전화해서 괴롭혀요. "


"저기요. 저는 새로운 팩트를 찾아서 기사를 쓰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 중 한명이구요, 대기업에서 자료줘서 기사 쓴 것도 아니구요. 제가 발로 뛰어다니면서 얻은 정보를 토대로 기사를 쓴거예요. 사실무근인 걸로 가지고 그렇게 말씀하시면 안되죠. 제가 돈받아서 기사 썼다는 증거는 어디 있어요? 어딜 봐서 제가 돈받아서 기사 쓴 걸로 보이세요?"


"아니 기자님이 쓴 기사들 보면 알잖아요. 내가 기사 안보고 있는 줄 알아요? 그럼 왜 우리한테 계속 전화한 건데요?"


"홍보담당자랑 어제 전화통화한 거 전달 못받으셨어요? 후속 기사에 대해 자료 요청도 한 상태고 기다리고 있던 상황이예요. 그리고 그쪽 전화 통화 내용을 토대로 기사 쓴 거 없어요."


라고 해도 막말은 이어졌다. 마지막은 가관이었다.


"내가 말이예요 언론 마케팅만 10년 했다구요. 제가 기자님 이름 온라인에 올려서 부당하다고 호소할 거예요."


"대기업에서 돈주면서 기사 써달라고 했어요? 그럼 우리도 20만원 주면 기사 써주냐구요. 네? 요즘 아무나 기자한다고 나대니까 기사가 이꼴이지." 


이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기업을 운영하는 대표라는 사람은 20만원(밖에)받고 기사나 쓰는 쓰레기로 만들었다. 존나 자존심 상했다. 순간 꼭지가 돌았다. 폭발할 것만 같았다. 욕이 나올 것 같았는데 간신히 참았다. 


"기사에 대해 컴플레인 거실꺼면 회사에 전화 하세요."


"네 제가 못할 거 같아요? 할 거예요."


결과적으로는 그 대표가 몇시간 후에 전화를 걸어와 사과를 했다. 일단은 받아들였지만 글쎄. 말로 준 상처가 '사과’한다고 해서 아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정말 잘못 생각한거다. 그는 내게 평생 남을 상처를, 자신의 화를 주체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막말을 퍼부었다. 게다가 마지막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까지 했다. 그건 큰 실수다.


아무리 요즘 경쟁이 심해져서 업체 간 염탐이 심하다고 하더라도. 그렇다고 하더라도 내게 "돈받고 기사 쓰냐"라는 말은 해서는 안됐던 거다. 화가 난다고 하더라도 그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나는 기레기가 아니기 때문이다. 화가 난다고 하더라도 사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홍보담당자와 전후관계를 파악한 후 내게 따지고 싶은 것을 따져야 했다. 자신의 직원과 커뮤니케이션을 제대로 하지도 못하고 제3자에게 오욕의 말을 퍼부은 건 정말 잘못한거다.


나는 표면적으로 사과는 받아들였지만 용서는 하지 못하겠다. 휴대폰으로 전화거는 기자에게 "회사로 전화할테니 받아라, 아니 기자가 왜 회사 전화를 못받느냐" 수준은 차라리 애교다. 기자를 사칭해서 취재를 한다는 빌미로 정보를 캐가려는 시도들이 많기 때문에, 지나치게 경계해서 그런 것이라면 나는 받아들일 수 있다. 순간 감정이 욱해서 전화를 끊었어도 다시 전화를 걸어 "업계 경쟁이 치열하고 염탐도 많을 텐데 기자라고 하더라도 못믿을 수 있겠구나 생각한다. 감정적으로 격해진 점 미안하게 생각한다"며 충분히 사과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자존심을 건드리는 말은 하지 말았어야 했다. 길게 보고 사업을 할 생각이었다면 아무나 기자한다고 나댄다는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러면서 왜 기사화에 대해서는 목을 거는건지, 이중적이다.


나는 기레기가 아니다. 누구보다 뉴팩트를 원하고 사실에 기반해 기사를 쓰려고 노력하는 사람 중 하나다. 하늘을 우러러 부끄럼 한 점 없다. 어쨌든 상처는 받았다. 평생 그를 미워할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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